'尹 멘토' 광복회장 일갈에 불참한 '尹 측근' 보훈장관

이승만 기념관, 1948년 건국론 놓고 보훈기관‧단체 간 불편한 기류
이종찬 광복회장 "괴물 기념관" 등 언급하며 '이승만 건국론' 잇단 비판

이종찬 광복회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 앞에서 열린 '대한민국 정체성 선포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보훈부와 그 소관단체인 광복회가 '이승만 기념관' 건립을 둘러싼 '1948년 건국론'을 놓고 또 다시 갈등을 표출했다.
 
이종찬 광복회 회장은 3일 '대한민국 정체성 선포식'에서 "이승만 대통령을 대한민국의 창건자이며 시조라고 결단코 그렇게 모셔서 되겠느냐"며 1948년 대한민국 건국론을 거듭 반대했다.
 
이 회장은 지난 1일에도 사전 배포한 원고에서, 일부 인사들이 추진하는 이승만 기념관을 '괴물 기념관'이라 표현하는 등 건국론 주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당시 "오늘날 대한민국의 발전은 1919년 기미년 독립선언에서 비롯됐다"면서 "1948년 건국론은 이런 역사의 지속성을 토막 내고 오만하게 '이승만 건국론'으로 대체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3일 '대한민국 정체성 선포식'에서 인사말하는 이종찬 광복회장. 연합뉴스

이 회장은 3일 실제 연설에선 표현 수위를 다소 누그러뜨렸고, 이승만 기념관보다는 1948년 건국론 쪽으로 비판을 집중했다.
 
하지만 사실상 동전의 양면이라 할 수 있는 '이승만 건국론'에 대한 반대 논리는 더욱 강화됐다.
 
그는 "일제가 침탈하여 우리의 역사를 지우려 해도 우리나라는 계속 존재해왔고, 일제 강점으로 주권 행사가 불가능했어도 나라는 존재해있었다"는 점을 강조한 뒤, 그럼에도 이를 부인하려는 신종 이설(異說)이 등장했다고 거론했다.
 
그는 일례로써 "대한제국이 일제에 의해 소멸됐고, 38년 만에 대한민국이 건국됐다는 이설"을 소개하면서 "이렇게 되면 1910년부터 1945년까지 일제가 통치한 것이 정당화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렇게 되면 독도는 일본 땅이 된다. 위안부 할머니 문제나 강제징용 문제는 일본 신민 간의 문제이지 우리가 간여할 일이 아니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나는 과연 대한민국 1948년 건국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이런 점까지 생각하고 이설을 주장했는지 묻고 싶다"며 "만약 알고도 주장했다면 이런 사람은 신종 친일파 민족반역자"라고 일갈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지난달 19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이승만 초대 대통령 서거 58주기 추모식에 참석하여 추모사하고 있다. 국가보훈부 제공

이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국가보훈부에 대한 작심 비판으로 풀이된다. 보훈부는 최근 이승만 기념관 건립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백선엽 장군의 친일 행적을 전격 삭제하는 등 역사 퇴행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런 불편한 기류 탓인지 이날 대한민국 정체성 선포식에는 박민식 보훈부 장관이 주요 참석자로 초청됐음에도 불구하고 불참했다.
 
보훈부 관계자는 3일 "행사 일정이 갑자기 잡히기도 했고, 마침 장관은 오늘까지 휴가"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졌고, 박 장관은 윤 대통령의 대학 후배이자 같은 검사 출신의 측근으로 평가된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