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은행에서 총 562억 원 규모의 대출 조작·횡령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부정행위가 수년간 진행됐는데도 은행 측은 최근에야 알 정도로 내부통제 시스템이 허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남은행에 대한 고객 신뢰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남은행 서울 소재 투자금융부서 부장인 이모(50)씨의 범행이 꼬리가 잡힌 건 이씨가 이번 횡령 외 다른 사건으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면서다. 검찰은 당시 예금보험공사가 수사 의뢰한 이 씨 개인비리 혐의로 내사를 진행 중이었다. 경남은행은 지난 4월 검찰로부터 이씨에 대한 금융거래 정보 조회 요청을 받은 뒤 수상함을 감지하고 자체 감사에 착수했다.
검찰의 수사 착수로 이씨의 횡령 범행을 인지하게 된 것은 은행측의 금융사고 방지 등을 위한 자발적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총 562억원을 횡령하거나 유용한 이씨의 범행은 2016년 8월부터 14달 동안 다른 고객으로부터 받은 대출 상환금 78억 원을 횡령한 것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려 7년 전부터 돈을 빼돌렸지만, 은행 내부적으로는 눈치도 못 채고 있었던 셈이다.
또, 이번 범행이 가능했던 것은 이씨가 최근까지 15년 동안 투자금융 업무를 맡아왔기 때문이다.
이씨는 여의도 투자금융본부 소속으로 2007년부터 15년간 한 부서에서 PF 관련 업무를 해왔다. 지난해 12월 타 부서로 옮겼지만 같은 업무를 계속 맡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다, 부동산PF 대출 특성상 다루는 금액 단위가 크다는 점에서 PF대출과 같은 고위험 업무는 자금 담당자와 서류 담당자를 분리할 필요도 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심사·송금·사후관리 등의 업무가 같은 부서에서 이뤄져 사실상 업무를 감시하고 견제할 장치도 없었다는 얘기다.
경남은행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업무 특성상 전문성과 인맥이 중요한 자리여서 대체할 인력이 없었고, 실적도 좋았기 때문에 그 직원이 그렇게 오래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사고가 개인의 일탈 외에도 은행 내부 통제 실패 때문으로 보고 있다. 특정 부서 장기근무자 순환인사 배제, 고위험 업무에 대한 직무 미분리, 거액 입출금 등 중요 사항 점검 미흡 등 기본적인 내부 통제가 작동했는지를 파악하고 있다.
금감원은 "그간 금융감독당국이 사고예방을 위한 내부통제를 개선토록 지속적으로 지도·감독 및 제도개선을 강화해왔던 만큼 본 건 금융사고와 관련해 내부통제 실패에 책임이 있는 관련 임직원에 대해서도 단호하고 엄정하게 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미 경남은행은 지난 4월에 PF대출 건전성관리와 인사관리 내부통제 부실 등으로 제재 조치를 받았다. 올해 당국으로부터 받은 제재만 경영유의사항 17건, 개선사항 31건에 달한다.
경남은행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금융사고 방지를 위한 현장 간담회를 통해 전 직원에 대한 윤리의식 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내부통제 분석팀도 신설할 예정이다. 경남은행은 "금융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내부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직원의 일탈 행위가 은행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신뢰받는 은행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건으로 경남은행의 허술한 내부통제와 리스크관리 역량이 드러났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지난 4월 임기가 시작된 경남은행 경영진이 신뢰 회복을 위한 묘수를 찾을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