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감독은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말아톤' 감독으로서 특정 웹툰 작가(주호민 작가)에 대한 멸문지화급의 과도한 '빌런'(악당) 만들기를 멈추고 그의 아들을 포함한 많은 발달장애 아이들이 집 근처에서 편안히 등교할 수 있도록 특수학교를 대폭 증설하고 예산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언론과 여론이 힘을 쏟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특수학교를 세우려 할 때마다 집값이 떨어진다고 길길이 뛰며 장애를 지닌 아이 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빌도록 만드는 고질적인 '님비' 현상을 재고하는 계기 또한 되길 빈다"고 바랐다.
이번 사건이 발달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공고화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컸다.
정 감독은 "안 그러면 웹툰 작가의 별명인 '파괴왕'처럼 발달장애인에 대한 인식 고양을 위해 쌓아온 그동안의 사회적 노력이 물거품이 될 거다. 이 땅의 수많은 '초원이'('말아톤' 주인공 이름)들은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힐 우려가 크다"고 짚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지점은 구조적 모순과 시스템의 문제란 것을 강조했다.
정 감독은 "선생님들의 권익도 중요하지만, 언론은 항상 기저에 깔린 구조적 모순과 시스템의 진짜 '빌런'을 추적해야 할 임무가 있다고 본다"며 "을과 을의 싸움이 지닌 무의미함과 비극성은 영화 '기생충'에서 충분히 봤다"고 했다.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경기도 용인시 한 초등학교 특수교사 A씨가 지난해 9월 주호민 작가로부터 아동학대 혐의로 고발당해 재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교사가 사망해 교권침해 및 학부모들의 '갑질' 민원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뜨거운 상황. 여기에 주호민 작가 부부가 아들 등교 시 들려 보낸 녹음기 등을 활용해 증거로 삼은 정황이 알려지면서 무리한 아동학대 신고가 아니냐는 비판이 잇따랐다.
이에 주호민 작가는 자신의 SNS에 아들의 돌발행동을 사과하고, 해당 교사에 대해서는 "단순 훈육이라 보기 힘든 상황이 담겨 있었다. 우리 아이에게 매우 적절치 않은 언행을 하였으며 이는 명백히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좀처럼 주호민 작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가라앉지 않았다. 해당 학교 학부모들이 A씨를 지지하는 탄원서를 내는 등 특수교사로서의 자질이 뛰어나고, 평판이 좋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 교육청은 재판 중인 A씨를 지난 1일 자로 복직 시켰다.
논란이 계속되자 주호민 작가는 2일 저녁 2차 입장문을 내고 "뼈 아프게 후회한다. 큰 잘못을 했고, 무지했다. 잘못된 판단을 했다"며 특수교사들과 학부모 그리고 발달장애 아동 부모들에게 사과를 전했다.
이와 함께 녹음기 등을 포함해 A씨 고소까지의 자세한 상황을 전하고 A씨에 대해서는 "선생님이 처벌받고 직위해제 되기를 바랐던 건 아니었다. 진심 어린 사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며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