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014년 말~2015년 초 대장동 일당이 로비 자금 20억원을 조성하는 과정에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관여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특검 인척인 분양업체 대표 이기성씨가 토목업자 나석규씨로부터 원활히 자금을 받을 수 있도록 당시 중간 조율자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박 전 특검은 '50억 클럽' 의혹과 관련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등 대장동 업자로부터 200억원 상당의 금품을 약속받은 혐의로 구속 기로에 놓인 상태다.
3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나씨가 수백억원대 대장동 토목공사를 수주하기로 하고 이씨를 거쳐 김씨에게 20억원의 자금을 지급한 것으로 본다.
검찰에 따르면 나씨는 2014년 10월부터 2015년 4월까지 총 8~9차례에 걸쳐 이씨에게 20억원을 송금했다. 나씨는 애초 약속한 돈의 절반 정도를 건넨 뒤 나머지는 추후 지급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제3자에게 빌려준 돈을 받으면 그 돈을 주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2015년 2~3월 나씨에게 "(이씨에게) 주기로 한 돈을 빨리 마련해달라"는 취지로 여러 차례 말했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무렵 나씨가 돈을 빌려준 제3자를 상대로 법적 분쟁을 제기하는 데 박 전 특검이 관여한 것으로 해석되는 정황도 수사팀은 포착했다고 한다.
특히 화천대유가 대장동 사업자로 선정된 2015년 3월 27일에도 박 전 특검이 나씨 등과 함께 '선정 축하 술자리'를 한 정황도 검찰은 잡았다. 당시 박 전 특검과 같은 법무법인 소속이자 이후 '천화동인 6호' 명의자가 된 조현성 변호사와 나씨 사이 오간 문자메시지를 통해서다.
당시 술자리 이후 나씨는 이씨에게 '나머지' 금액의 일부인 6억여원을 송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이 돈 중 5억원을 박 전 특검에게 보냈고 박 전 특검은 다시 5억원을 화천대유 계좌로 입금했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이 돈을 화천대유 증자대금 명목으로 내고 향후 50억원을 받기로 약속한 것으로 의심한다. 두 사람은 그해 9월 '5억원'에 대한 자금차용약정서를 작성했다.
서울중앙지법 윤재남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청탁금지법 위반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등 혐의로 두 번째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 전 특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하고 있다.
박 전 특검은 영장심사에 출석 전 "번번이 송구스럽다"며 "법정에서 있는 그대로 얘기하겠다"고 짧게 말했다. 박 전 특검 측은 혐의 일체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