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르는 우유값, '관세 폐지' 2년 뒤는 어쩌나

박종민 기자

오는 10월부터 원유 가격이 인상되면서, 흰유유 가격이 3천원을 넘을 전망이다. 이미 수입 제품에 비해 비싼 우유 가격이 또 오른다는 소식에 소비자들은 혀를 내두르고 있는데, 2026년에 미국 및 유럽산 우유·유제품에 대한 관세 철폐가 예정돼 있어 산업 경쟁력 자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낙농진흥회 소위원회는 지난달 27일 마시는 우유를 만드는 원유 가격을 리터당 88원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음용유용 원유'는 리터당 가격이 현재 996원에서 1084원으로 올라 처음으로 1000원을 넘겼다. 치즈와 분유 등 가공 유제품에 사용되는 원유도 리터당 87원 올리기로 해 '가공유용 원유' 가격도 800원에서 887원으로 오른다.
 
새로운 원유 가격은 10월 1일부터 적용될 예정으로 실제 소비자들이 접하는 제품 가격도 이즈음 변동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음용유용 원유' 인상폭은 지난 2013년 106원 인상된 이래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원유값이 크게 오른 배경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상기후로 인한 사료값 폭등이 있다.

원유값은 낙농가의 생산비에 연동해 조정되는데, 낙농업계는 지난해 사료비가 20% 이상 폭등하는 등 불어난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자들이 사는 흰우유 가격도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원유 가격이 리터당 49원 올랐을 때 우유업계는 우유 가격을 10% 가량 올린 바 있다. 현재 흰우유 1리터의 소비자 가격은 2800원 안팎으로 형성돼 있고, 올해는 원유 가격이 더 큰 폭으로 오른만큼 흰우유 1리터 제품의 소비자가격은 3천원을 넘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류영주 기자

정부가 지난달에만 두 차례 유업계 관계자들을 불러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고 나섰지만, 업계에서는 쉽사리 수용하기는 힘들다는 분위기다.

현행 제도상 정해진 원유 가격대로 낙농가로부터 일정 물량을 반드시 매입해야 하는 '원유 쿼터제'가 실시되고 있는데, 인상 없이는 손익을 맞출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흰우유는 마진이 거의 남지 않아 가격을 올리지 않을 경우 10월부터는 팔 때마다 손해를 보는 꼴이 된다"고 말했다.

흰우유를 접하는 소비자는 물론,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서울 동작구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박모씨는 "우유 가격이 너무 비싸서 지금도 1+1이나 PB상품을 구매하고 있는데, 또 오른다니 너무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카페 사장 A씨도 "수입산 멸균우유가 훨씬 싸다는데 맛이 확연히 달라지긴 하지만 원가 절감을 위해 갈아타기를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현재 국산 원유값은 수입산 원유와 비교했을 때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실정이지만, 가격은 해마다 오르고 있다. 이미 국내 유업계에서는 비용 문제 때문에 치즈나 아이스크림 등 등 유가공 제품을 만들 때, 일부 프리미엄 제품을 제외하고는 수입산을 가공하고 있다. 최근 수입량이 늘어나고 있는 멸균우유의 경우 국산 흰우유보다 절반가량 저렴하다.

특히, 2026년 1월이 되면 미국·유럽산 우유 및 유제품의 관세가 사라지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은 더 벌어질 전망이다.

유업계에서는 산업 현실에 맞는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비용 절감 등 효율화가 필요한 상황인데, 이미 음용유용 원유의 경우 수요보다 15% 이상 강제로 매입해 처리해야 해 부담이 크다"며 "원유 쿼터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고, 가격 결정도 생산비 외에 소비 패턴 등을 적극 고려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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