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용등급 12년만에 강등…백악관 "현실 무시" 반박

AAA→AA+ 강등…미국의 '돈풀기' 반복의 후폭풍
피치 "미국 재정악화, 채무부담, 지배구조 악화"
백악관 "경기 회복 시점 신용등급 강등은 현실 무시"
옐런 장관 "피치, 임의적…미국 경제 근본적 강력"
글로벌 금융시장 우려 속 S&P, 무디스 행보 '촉각'

연합뉴스

3대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로 전격 하향 조정했다.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된 것은 지난 2011년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충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피치는 이날 뉴욕증시 마감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향후 3년간 미국 재정이 악화하고 국가채무 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미국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로 전격 강등했다.
 
피치는 특히 미국 정치권이 부채한도 상향 문제를 놓고 대치하다 마지막 순간에서야 해결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 AA 또는 AAA 등급을 받은 다른 나라에 비해 지배구조가 악화됐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무분별한 돈 풀기 이후 한도에 이르면 다시 상향하는 과정을 오랜 기간 거치면서 재정 상황이 계속 악화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현재 미국은 세계 최대 채무국으로 국가 부채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31조 달러를 넘어선데 이어 올해는 32조달러를 넘어선 상태다.
 
피치 분석에 따르면 세수 감소와 재정지출 증가, 이자 부담 증가 등의 여파로 미국의 정부 재정적자는 2022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3.7%에서 2023년 6.3% 수준으로 급등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 향후 10년간 금리 상승과 부채 증가의 여파로 이자 상환 부담이 증가하고 인구 고령화와 의료비 상승에 따라 재정 개혁이 없는 한 고령층에 대한 지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더 나아가 피치는 신용 여건 악화와 투자 감소, 소비 하락이 미국 경제를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 약한 침체로 밀어 넣을 것이라며 경기 침체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피치는 다만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은 기존 '부정적 관찰 대상'에서 '안정적'으로 바꿨다.
 
피치의 결정이 발표되자 미 행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번 결정에 강하게 반대한다"면서 "세계 주요 경제권 중 가장 강력한 회복세를 이끌고 있는 이 시점에 신용등급을 낮추는 것은 현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 연합뉴스

미국 경제 정책의 수장인 재닛 옐런 재무장관도 강력 반발했다. 옐런 장관은 "피치의 등급 변경은 임의적이며 구식(예전) 데이터에 기반한 것"이라고 반박하면서 "피치의 결정은 미국 국채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유동적인 자산이며 미국 경제가 근본적으로 강력하다는 사실을 바꾸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 경제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크고 역동적인 경제"라며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고 유동적인 금융시장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피치의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에 대해 금융시장은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반응과 함께 '경고가 분명한 만큼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또 S&P와 무디스의 향후 판단에 금융시장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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