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아파트에서 '철근 누락'이 무더기로 확인되면서 LH의 '부실 관리·감독'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그로 인해 '이권 카르텔'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했다.
1일 윤 대통령은 LH 발주 아파트의 '철근 누락'과 관련해 설계, 시공, 감리 전 분야에서 부실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근본 원인은 건설 산업의 '이권 카르텔'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권 카르텔은 이번 사태를 촉발한 원인 중 하나인 'LH의 전관예우'에서 찾는 시각이 많다.
LH 출신들이 설계, 감리 업체에 다시 취직하는 구조에서 빚어진 전관예우의 실체를 확인해 볼 수 있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경실련은 밝힌 2015~2020년 LH 설계용역 수의계약 536건, 건설사업관리용역 경쟁입찰 290건에 대한 수주 내용 분석에 따르면 LH 전관 영입업체 47곳이 용역의 55.4%(297건), 계약 금액의 69.4%(6582억원)를 수주했다.
이번에 부실이 확인된 LH 발주 15개 단지 가운데 절반이 넘는 8개 단지의 감리 업체도 전관 특혜 대상이었다.
이가운데 3개 단지의 감리를 맡고 있는 한 감리 업체는 최근 5년 동안 LH로부터 730억 원이 넘는 계약을 수주했다. 지난 4월 발생한 인천 검단 아파트단지 주차장 붕괴사고, 그 아파트의 감리 업체 가운데 한 곳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이한준 LH 사장은 "LH는 대한주택공사 시절부터 60년이 된 조직이라, 살펴보니 어느 업체를 선정하든 LH 전관들이 모두 들어가 있더라"며 "얼마나 많냐, 적냐의 차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대통령도 지적했듯 설계, 시공, 감리 전 분야에서 총체적으로 빚어진 부실이다.
이같은 전관예우가 이번 사태의 핵심인 공사 전반에 대한 관리감독을 얼마나 부실하게 했는지 충분히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발주청은 설계, 시공, 감리에서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특히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LH는 시공사, 설계사, 감리사를 선정하고 승인하도록 규정돼 있어 더욱 권한이 크다.
결국 LH가 자신에게 부여된 관리감독 역할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서 대규모 부실 시공을 낳은 이권 카르텔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이한준 사장은 이와 관련해 "먼저 감독기관이자 발주청인 LH가 전반적인 과정을 통제하지 못한 1차적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는 공공기관 발주자인 LH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경실련 김성달 사무총장은 "사실 공공기관 발주자가 막강한 권한을 갖고 관리감독 역할을 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제 역할 못하면 발주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이한준 사장은 이번 정부 출범 이후 임명됐다. 전 정부에서 임명된 사장이 임기가 1년 8개월 이상 남았지만 사퇴했기 때문이다.
이 사장 취임 당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LH를 신뢰할 수 있는 조직으로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고 이 사장은 '전관예우 차단'을 국민신뢰 회복을 위한 LH 혁신 과제중 하나로 선정해 발표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7개월이 넘게 그 고리를 끊지 못하면서 결국 이권 카르텔 척결의 선두에 서게 됐다.
이 사장은 이번 사태가 터지자 'LH의 전관예우'에 대해 다시 한번 강한 혁신을 강조했다. "LH가 설계, 감리 등 발주처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모든 업체에 전관 명단을 사전에 제출하도록 하겠으며 허위 명단 제출 시 입찰 제한, 계약 취소 등의 제재를 가하겠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뿌리 깊은 건설업계의 전관 예유가 얼마나 개선될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선 LH가 2016년부터 2022년 6월까지 7년간 2급 이상 퇴직자가 재취업한 업체와 8051억원(150건)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확인돼 공분을 사기도 했다.
경실련은 지난달 31일 LH에 대해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LH의 전관 특혜가 인천 검단 신축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의 원인이라고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