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①'워라밸' MZ세대 못 읽은 K해운…해기사 부족 위기 ②K 해기사는 극한직업? 유럽 반년 쉴 때 한국은 2개월 (끝) |
해기사 인력 부족 문제는 외항해운선사 단체인 한국해운협회의 '한국인 해기사 수급 전망 시나리오' 분석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육상 근로자와 임금 격차 '쥐꼬리'…이직 부추겨
한국해운협회가 연평균 해기사 직급별 증감률 및 고용 비율, 미래 선대 증가를 고려해 마련한 '한국인 해기사 수급 전망 시나리오'에 따르면 2030년 한국인 해기사의 공급은 수요에 비해 2710명 부족할 것으로 전망됐다. 2030년 국적선대 약 1500척 가운데 한국인 해기사가 탈 수 있는 선박은 1천척에 불과하다는 것이다.공급 부족은 시간이 지날수록 심화해 2040년에는 3605명, 2050년에는 4426명 부족할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 감소 없이 지난해 수준의 고용 인원을 유지하는 시나리오에서도 2030년에는 2048명, 2040년에는 2279명, 2050년에는 2509명씩 해기사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문가들은 해기사 공급 부족의 요인으로 장시간 근무 대비 적은 급여와 연가 사용시기 선택권 제한, 결혼 등 가족 문제, 육상 대비 낮은 복리후생 등을 꼽고 있다.
불규칙한 선박 운항 일정에다 안전 관련 국제 규정 강화에 따른 초과 근무가 빈번한데도 승선 근로자와 육상 근로자 간 임금 격차가 크지 않다는 점도 육상 이직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2021년 기준 육상 근로자의 최저임금은 월 191만 4천원이지만 선원의 최저임금은 월 236만 3천원으로 23% 높은 수준에 불과했다.
더욱이 선원 예비 인력 부족으로 6개월 이상 장기간 승선한 뒤에도 유급휴가를 쓰지 못하고 다시 근무에 투입되는 일도 빈번하다. 그밖에 가족이나 지인과 수개월 동안 떨어져 지내야하고 선박 내에서는 외국인 선원과 함께 생활하며 겪는 문화적 차이도 해기사의 스트레스 요인으로 꼽힌다.
장기승선 휴가 확대·초고속 인터넷…대안 될까
국적 선원 부족 문제가 불거지자 해양수산부도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해수부는 지난 12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선원 일자리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해수부는 선원들이 더 오래, 만족스럽게 일할 수 있도록 일자리 환경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현재 우리나라는 6개월 승선 시 2개월 휴가를 부여하고 있지만 유럽은 3개월 승선시 3개월 휴가, 일본은 4개월 승선시 2개월 휴가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해수부는 승선 기간과 유급휴가 체계의 국제 수준 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청년 선원들의 장기 승선 기피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열악한 선내 인터넷 이용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선내 초고속 인터넷 구축에 나선다. 원격의료 장비 설치 확대를 통한 근무 환경 개선, 직장내 괴롭힘 방지 대책 강화, 해기사 면허 승급 소요시간 단축 등도 포함됐다. 30대 초반에 선장 또는 기관장으로 승진할 수 있게 지원하겠다는 것.
이에 더해 선원의 실질 소득을 늘리는 방안도 제시됐다. 현재 월 300만 원 수준인 외항상선과 원양어선 선원의 근로소득 비과세 금액을 확대하고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민영주택 특별공급 대상에 외항선박 선원을 포함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해수부는 이 같은 대책을 통해 2030년 신규 취업 선원의 5년 내 이직률을 50% 이하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외항상선 해기사 가용 인력을 1만 2천 명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이 같은 대책에 해운업계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한국해운협회와 한국원양산업협회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현재 우리나라는 선원직의 매력도 저하로 청년 선원들의 경우 20% 이상의 높은 이직률을 나타내고 있으며 기존 선원들은 60대 이상 고령자가 44%에 이르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이어 "해운·원양 업계는 향후 5~10년 내 고령자 은퇴 시점과 맞물려 심각한 인력난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비과세 확대를 통해 선원들의 실질소득을 증대해 청년 선원들의 이직률 저감과 장기 승선 유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내 해운업은 코로나19 기간 발생한 글로벌 병목 사태로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해기사 인력 부족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K해운의 재도약을 이끌 '호기'를 놓칠 수 있는 만큼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