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류승완 감독, '영화'를 말하다

영화 '밀수' 류승완 감독. NEW 제공
류승완 감독을 비롯해 김혜수, 염정아 등 배우들은 '밀수'는 반드시 '극장'에서 관람해야 할 '극장용 영화'라고 입을 모았다. 이른바 '영화적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대형 스크린과 극장용 사운드 시스템에 맞춰 관객들이 모여 앉아 즐길 수 있는 최적화된 영화를 만들었다고 자부했다.
 
'극장의 위기'를 이야기하는 요즘, 류승완 감독은 그 어느 감독보다 극장용 영화를 만들길 원하고 또 만들고 있다. 그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류승완 감독이 생각하는 영화란, 극장이란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왜 그는 관객들에게 극장으로 와주길 부탁하는 것일까. 다음 이야기에 그 답이 있다.

영화 '밀수' 메인 포스터. NEW 제공
 
▷ 이제는 영화를 통해 여전히 극장이 살아있고 계속되어야 함을 보다 더 부단하게 증명해야 하는 것 같다. 감독이 생각하는 영화와 극장의 의미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다.
 
요즘 이것이 굉장히 중요한 화두가 된 것 같다. 난 옛날 사람이라 그런지 나한테 영화는 거대한 스크린에서 제대로 설치된 음향 시설과 여러 사람이 같이 보는, 그것이 나한테 영화다. 웃기는 장면에서 같이 웃고, 놀라는 장면에서 같이 놀라고. 아무 소리가 없어도 긴장할 때 공기가 있다. 그 공기를 함께하는 것. 그것이 나한테 영화다. 근데 이것이 코로나 시국을 거치면서 영화에 대한 개념 자체가 많이 바뀐 거 같다.
 
내가 극장에서 관람을 부탁드린다는 건 만든 사람의 입장이다. 난 항상 대형 스크린과 스피커 시스템 기준으로 최종 오케이 사인을 극장에서 기술 시사를 한 후에 한다. 그러고 나서도 극장에서 구현이 잘 안되는 건 다시 한다. 심지어 연기도 그렇다. 큰 스크린에서 펼칠 때 배우들도 과잉되는 행동이 있는지 등 이런 걸 다 계산한다.
 
근데 지금 현대 관객들은 이미 너무 어린 시절부터 휴대폰으로 영상매체를 보기 때문에 영화라는 개념 자체가 바뀌어 버렸다. 영화의 사전적인 정의라는 게 20세기에 만들어진 거니까, 세대가 바뀌면서 개념 자체가 바뀌고 있는 거다. 그것에 대해서 내가 '여러분은 틀렸다'고 할 수 없게 된다.
 
다만 부탁드리는 건 휴대폰으로만 보지 않아 주셨으면 하는 거다. 가급적이면 만든 사람의 의도라는 게 있고, 그것이 잘 구현될 수 있는 곳에서 봐주셨으면 하는 거다. 장기적으로 난 극장이라는 공간이 큰 변화를 맞이하지 않을까 싶다. 극장이 사라질 거 같진 않고, 형태의 변화가 생길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극장용 상영 영화도 그에 맞게 변화가 생길 거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영화 '밀수' 류승완 감독. NEW 제공
 
▷ 많은 감독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로 진출하고 있고, 실제로 많은 제안이 들어왔을 것 같다.
 
그런 이야기는 오고 간 적이 있다. 그때 내가 내건 조건은 러닝타임 90분~3시간 안쪽에서 뭔가 만든다 했을 때 최소 2주간의 극장상영이다. 단 한 곳이라도 이 영화를 완벽히 상영할 수 있는 극장에서 2주간 상영하는 걸 보장해 준다면 해볼 수 있겠다고 했다. 극장 관람을 원하는 관객이 분명히 있다. 단 한 곳이라도. 그렇다면 해보겠다고 했는데, 그러고는 답이….(웃음)
 
▷ 한국 영화가 어려운 시기인 만큼 느끼는 책임감이라든지 영화계를 위한 의무감 같은 게 있을까?
 
창작자는 자유로움이 생명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나도 배우들처럼 관객들이 내 영화를 봐주시니까 지금까지 다음 영화를 찍고 할 수 있는 거다.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내 영화를 잘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창작자로서 어느 순간 딜레마에 분명 빠질 거다.
 
의식하지 않고 만드는 자유로움이랄까. 다행히 그런 면에서 아직 창작의 자유를 누리고 있는 편인데, 내가 내뱉은 말이 나의 족쇄가 되고 그것 때문에 하고 싶은 거 못하고 눈치 보게 되는 건 더 위험한 거 같다. 내가 어떤 책임감을 가진다는 것도 나 스스로를 과대평가해서 하는 것일 수 있는 거 같다. 난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영역 안에서 열심히 하는 것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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