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탁구 대표팀 안재현(24·한국거래소)이 생애 첫 국제 대회 정상에 올랐다.
안재현은 31일(현지 시각) 체코 하비로프에서 열린 '월드테이블테니스(WTT) 피더 하비로프 2023' 남자 단식 결승에서 시몽 고지(프랑스)를 눌렀다. 세계 랭킹 53위인 안재현은 프랑스의 에이스 고지(33위)를 풀 세트 접전 끝에 3 대 2(8-11, 11-13, 12-10, 11-9, 11-6)로 눌렀다.
국제 대회 개인 통산 첫 결승 진출에 우승까지 이뤄냈다. 안재현은 지난 2019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깜짝 동메달을 따내며 혜성처럼 나타났다. '탁구 천재'로 불린 안재현은 그러나 이후 부상과 슬럼프 등으로 국제 대회에서 부진했고, 2021년 도쿄올림픽에는 선발전에서 2위를 하고도 아쉽게 태극 마크를 달지 못해 나서지 못했다.
WTT 피더 대회는 컨텐더 대회보다는 한 단계 낮은 수준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안재현은 이번 대회 유럽 강호들을 꺾고 우승까지 일궈냈다. 8강전에서 34위 덴마크의 안데르스 린드를 3 대 1로 눌렀고, 4강전에서 30위인 포르투갈의 마르코스 프레이타스를 3 대 0으로 완파했다.
무엇보다 16강전을 극적인 역전으로 승리한 게 컸다. 안재현은 프랑스의 조 세이프리드(241위)를 맞아 고전했다. 세트 스코어 2 대 2로 맞선 5세트 6 대 10으로 몰려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4번의 매치 포인트 위기를 이겨내며 듀스 끝에 15 대 13으로 뒤집어 짜릿한 역전승을 일궈냈다.
결승도 마찬가지였다. 안재현은 고지에 1, 2세트를 내주고 3세트도 2 대 6으로 뒤져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안재현은 고지의 백핸드를 집중 공략해 돌파구를 찾았다. 듀스 끝에 3세트를 따낸 안재현은 여세를 몰아 강력한 백핸드를 앞세워 4, 5세트까지 따내며 정상에 올랐다.
경기 후 안재현은 CBS노컷뉴스에 "첫 국제 대회 개인 단식 1등을 해서 너무 기분이 좋다"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이어 "여러 위기가 있었지만 16강전에서 6 대 10으로 지고 있었는데 어떻게 이겼는지 모르겠고. 운이 좋았다"고 겸손함도 드러냈다.
안재현은 또 "이적 뒤 국내는 물론 국제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둬 소속팀 유남규 감독님, 윤상준 코치님, 홍석표 트레이너 선생님, 유우정 매니저님은 물론 동료들한테 고맙다"고 감사의 인사도 전했다. 이어 "앞으로 경기를 이기고 질 수도 있지만 후회 없이 열심히 발전적인 탁구를 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유남규 감독은 "16강전에서 3 대 2로 역전승했던 것이 우승의 동기 부여가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너무 이기고 싶어서 소심하게 소극적으로 하다 보니까 내용이 좋지 않았고, 나쁜 습관이 계속 반복이 돼 그동안 성적이 안 좋았다"면서 "한국거래소에 이적해서 계속 적극적으로, 공격적으로 하는 탁구 스타일을 훈련한 게 8강전부터 나왔다"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안재현은 오는 9월 항저우아시안게임과 내년 파리올림픽을 정조준하고 있다. 유 감독은 "재현이가 2021년 도쿄올림픽에 아쉽게 출전하지 못한 만큼 올림픽에 대한 절실함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