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단체들은 3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이동관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하 방통위원장)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라"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윤창현 위원장은 "이동관은 단순히 언론탄압과 방송장악이 아니라 대한민국 헌정 질서를 명확히 상징하는 인사"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지검장 시절 수사 결과를 보면 이동관이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있을 당시 그의 지시로 언론을 사찰해 출연자를 배제하고, 언론을 배제했던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나 있다. 대통령 윤석열이 검사 윤석열의 수사 결과를 부인하는 헌정 파괴 막장 인사 참극"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합의적 기구인 방통위의 위상도 다 팽개치고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 폭력을 시전하고 있다. 모든 역사가 말하듯이 윤석열 정부의 결말도 다르지 않을 거다. 언론노조는 이동관 지명 철회와 방통위 해체를 통해 미디어의 정상화와 민주화를 위해 싸울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특히 정치권을 향해서는 "더 이상 책임 없는 말로 싸움 그만하고 야권 정치인들도 동참하라"며 "야권에서 방통위원 직분을 내려놓고 나와라. 시행령 정치로 방송법, 헌법 다 깨부수고 있는 이 정권에 맞서 한 명의 방통위원도 추천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한국기자협회 김동훈 회장은 "대통령 비서실이 이동관이 언론 분야에서 쌓은 경험,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 리더십을 바탕으로 방통위의 국정 과제를 추진할 적임자라고 하던데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라며 "MB(이명박) 정권 시절에 쌓은 언론 장악의 풍부한 경험, 언론사 간부들, 기자들에게 전화해서 걸핏하면 기사 빼라 마라, 이 기사 쓰라 마라 했던 걸 보면 국정 과제 추진이 아니라 방송 장악 추진 적임자이자 기술자"라고 이동관 후보자를 정면 비판했다.
기자들의 여론에 대해서도 "1500명이 넘는 기자들이 여론조사에 참여해 80% 넘게 이동관 지명을 반대했다. 보수 언론, 종편 기자들도 70% 넘게 이동관 지명을 반대했다. 물론 자녀 학교 폭력(이하 학폭) 논란도 컸지만 더 많은 기자들이 MB 시절 언론 장악 이력을 그 이유로 꼽았다"고 우려를 분명히 전했다.
그러면서 "이런 여론을 알면서도 임명 강행한 이유가 뭐겠냐. KBS 이사장,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몰아내고 15년 전에 최시중과 이동관이 했던 것처럼 친여 성향 사장을 지명하고, 친여 성향 기자들을 전진 배치할 것"이라며 "공영방송의 공익성과 자율성은 법으로 보장되는데도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방송으로 만들겠다는 의도이자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방통위 역시 MB 시절에 언론장악을 위해 불순한 의도로 탄생한 조직인데 이럴 거면 차라리 해체하라"고 강조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김동찬 정책위원장은 "이동관 지명에 이르러서는 이제 방통위를 고쳐 쓰겠단 말로는 충분하지 않다. 완전히 망가져 버린 방통위 체제에 사망을 선고하고, 해체하는 투쟁, 미디어 거버넌스를 뜯어 고치는 투쟁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그래야 MB 시즌2, 윤석열 시즌2에 저항해야 하는 미래를 막을 수 있을 거다. 이동관 저지 투쟁이 방통위 해체 투쟁의 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이동관 후보자가 사퇴해야 하는 이유와 관련해 "자녀 학폭 문제가 언론에서 부각되고 있지만 이동관 본인의 폭력 문제는 정쟁 대상으로 치부되는 것 같다. 이동관이 자행했던 언론인 사찰과 퇴출, 노조 무력화, 방송인 사상검증 시도는 학폭보다 더 명백한 국가 폭력이었다. 이동관 방통위원장 임명은 언론 폭력 가해자의 복귀이자 국가 폭력의 귀환이고, 여야나 진보,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든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모든 언론과 시민의 문제다. 언론 자유와 방송 독립, 민주주의의 문제"라고 호소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8일 신임 방통위원장 후보자로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보를 지명했다.
이동관 신임 방통위원장 후보자는 동아일보 기자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청와대 대변인과 홍보수석비서관, 대통령 언론특보를 지냈다. 지난 대선 때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미디어소통특별위원장을 지냈고 윤 대통령 당선인 특별고문을 거쳐 대통령 대외협력특보를 맡아왔다.
이 후보자는 이날 브리핑에 참석해 "미디어 산업 환경이 격변하는 중요한 시점에 중요한 직책에 지명돼 어깨가 무겁다"며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파괴하는 가짜뉴스와의 전쟁에 각국 정부, 시민단체가 대응에 골몰하고 있다. 무엇보다 공정한 미디어 생태계 복원, 자유롭고 통풍이 잘 되는 소통이 이뤄지는 정보 유통 환경을 조성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내달 공식 취임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