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고파라갈'은 '창작공감: 연출'의 2022년 주제인 '기후 위기와 예술'에서 출발해 1년여에 걸쳐 개발한 작품이다. 2022년 동아연극상 신인연출상을 수상한 임성현이 연출을 맡았다. 자본주의와 기후위기의 연관성에 주목하고, 이로부터 시작된 고민과 이야기를 풀어낸다.
비틀리고 뒤집혀버린 장소, 스고파라갈. 이곳에 일곱 인간이 등장하고 둘레를 돌고 있는 땅거북을 발견한다. 가만히 지켜보던 인간들은 자신이 들었던 이야기를 꺼내 놓는다. 땅거북은 계속 움직이며 "바다로 가야 한다"는 말을 거듭한다. 땅에 사는 땅거북은 왜 바다로 가야 한다는 걸까.
작품에 등장하는 땅거북의 모티브는 '갈라파고스 땅거북'으로 멸종위기종이다. 인간은 더 나은 삶을 위해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지만 자연은 무분별한 개발과 인간의 착취, 그리고 기후 변화로 인해 파괴되고 있다.
연출은 '스고파라갈'이라는 세계와 땅거북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이기심으로 희생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다. 뒤집힌 세상 속에서 우리는 제대로 알고, 보고 있는지, 이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곳은 어디인지 묻는다.
'스고파라갈'은 기존 연극의 서사와 형식을 탈피했다. 7명의 출연 배우에게는 배역명이 존재하지 않는다. 고정된 한 인물을 연기하지 않으며 파편화된 대사와 속사포처럼 뱉어지는 단어로 강한 인상과 메시지를 전달한다.
또한 원형 무대로 이뤄진 공간 속에서 배우뿐만 아니라 공간, 관객, 비인간 존재가 모두 공연의 일부가 되는 연출을 보여준다. 연출은 배우들과 작년 개발 과정부터 워크샵, 공동 글쓰기 작업을 통해 공연의 키워드와 소재를 찾는 과정을 거쳐 대본을 완성시켰다. 관객 또한 직접 방석을 배치하고 무대에 발자국을 남기며 공연의 일부분으로서 오염의 과정에 참여하고 공연을 완성시킨다.
임성현 연출은 "인간은 자연선택의 원리 그리고 진화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선택을 해왔다"며 "이상하게 뒤집힌 세계, 뒤틀린 이야기, 버려진 사람을 통해 관객이 인간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생각해 봤으면 한다"고 전했다.
'기후 위기'가 주제인 만큼 작품 개발 과정에서 기후 행동도 진행하고 있다. '스고파라갈' 프로덕션 구성원들은 일회용품 사용 지양, 하루 한 끼 비건 식단 지키기, 개인별 기후 행동 캠페인 진행 등 개인이 할 수 있는 기후 행동을 실천 중이다. 제작 과정에서 진행된 실천과 실패의 경험을 공연 프로그램북에 기재할 예정이다.
9월 1일부터 3일까지 사흘간은 한국수어통역, 한글자막, 음성해설, 이동지원, 터치투어를 진행한다. '터치투어'는 공연 시작 전 무대 구조, 소품, 의상과 배우에 대한 설명을 전달하며 콜센터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8월 27일 공연 종료 후에는 연출 임성현, 배우 강민지, 김예은, 백소정, 백혜경, 양대은, 이우람, 한혜진이 참석하는 '예술가와의 대화'가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