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근처에 온 듯" 꺾이지 않는 폭염…당분간 지속될 전망

서울 낮 최고 35도 '무더위' 기승
도심 곳곳 무더위 피난처 찾은 시민들 "지옥 근처에 온 듯한 더위"
폭염·열대야, 당분간 지속될 전망

3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23 서울썸머비치' 행사장. 민소운 기자

꺾이지 않는 폭염이 이어진 30일, 시민들은 서울 도심 곳곳의 피난처를 찾아 더위를 달랬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되고 낮 최고 기온이 35도까지 치솟은 이날 오후, 수많은 시민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대형 물놀이장에서 열린 '2023 서울썸머비치' 행사에 찾아 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시민들은 선크림을 덧바르고, 모자와 양산을 눌러쓰고 부채질을 하며 폭염을 피하려 애썼다.

가족과 함께 이곳 행사장을 찾은 이정수(40)씨는 "거의 지옥 근처에 온 것 같은 더위를 느낀다"면서 "함께 온 15살 강아지도 더위 때문에 죽도록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분홍 수건을 머리 위에 덮어 햇빛을 피하던 이씨는 "더위를 조금 식히러 수원 영통구에서 여기까지 왔다"며 땀이 송글송글 맺힌 얼굴로 말했다.
 
곳곳에 설치된 바닥 분수에 얼굴을 연신 가져다 대던 아이들도, 서로에게 물총을 쏘던 청년들도, 대형 물놀이장에 설치된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와 물에 풍덩 빠지던 어른들도 그 순간만큼은 더위를 잊은 표정이었다.
 
3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23 서울썸머비치' 행사장. 민소운 기자
손주들에게 시원한 여름을 선물해주고자 행사장을 찾았다는 우순자(65)씨도 "남편이 더운데 일을 (굳이) 만들어서 왔다고 한소리 했다"면서도 "에너지 넘치는 손주들이 실컷 놀면서 더위를 싹 날린 것 같고 아주 좋아해서 기쁘다"고 말했다.
 
행사장 관리를 하며 이날 야외에서 12시간 근무를 한다는 관리요원 이모(34)씨는 "땀나고 찝찝하지만 아이들을이 신나게 노니까 좋은 것 같다"고 웃었다.
 
행사장에는 다양한 음식을 파는 수십 개의 상점이 임시로 설치됐는데, 그중에서도 시원한 음료와 아이스크림을 파는 부스에 가장 긴 대기줄이 늘어섰다.
 
자치구가 마련한 무더위 쉼터를 찾은 시민들도 많았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약수 사랑터에 설치된 무료 생수 냉장고 '오! 빙고!'를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30일 서울 중구 약수 사랑터에 설치된 무료 생수 냉장고 '오! 빙고!'. 민소운 기자
'오! 빙고!'는 중구청이 무더위 해소를 위해 자치구 내 5곳에 마련한 무료 생수 냉장고다. 어르신들도, 젊은 청년들도 이곳을 찾아 생수 한 병씩을 챙겨 타는 목을 달랬다.
 
생수 냉장고에서 시원한 생수를 꺼내 바로 옆 벤치에서 친구와 담소를 나누던 이동훈(86)씨는 "시원한 생수를 마시니 조금 낫긴 하다"면서도 "앞으로도 날씨가 이렇게 더울텐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씨와 함께 있던 홍모(82)씨는 "땀 나는 것 보라"면서 런닝셔츠를 살짝 들어 몸에 흥건히 맺힌 땀방울을 보여줬다. 홍씨는 "아침에 한 번, 저녁에 한 번 샤워를 두 번 해야 한다"면서 "나이를 먹으니까 더우면 못 살겠다"며 생수를 벌컥 들이켰다.

기상청은 당분간 전국 대부분 지역에 최고체감온도가 35도 내외로 올라 매우 무덥겠다고 내다봤다.
 
또한 이날 밤까지 전국 곳곳에 소나기가 내리는 곳이 있겠고, 특히 저녁까지 중부지방(강원동해안 제외)과 전라권에는 강한 소나기가 내리는 곳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소나기가 내리는 지역은 일시적으로 기온이 내려가겠으나, 소나기가 그치면 다시 기온이 빠르게 올라 무더워질 예정이다.
 
아울러 기상청은 당분간 도심지와 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열대야가 나타나는 곳이 많겠다며, 건강 관리에 유의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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