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니아의 펜싱 스타 올하 하를란은 최근 세계선수권 대회 경기에서 이기고도 실격됐다.
국제펜싱연맹(FIE) 규정에는 경기가 끝나고 두 선수가 악수해야 한다고 적혀있다. 그런데 하를란은 지난 28일(이하 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개최된 세계선수권 여자 사브르 개인전 64강전에서 15-7로 승리한 후 상대 선수와 악수를 거부했다.
하를란과 맞붙었던 선수는 다름 아닌 러시아 국적의 안나 스미르노바였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지금까지도 전쟁을 벌이고 있는 나라다. 하를란은 조국이 전쟁 피해로 인해 고통받는 상황에서 러시아 선수와 악수를 나눌 수는 없었다.
하를란은 FIE의 실격 처리에 크게 반발하면서도 "난 정말로 옳은 선택을 했다. 메달보다 조국과 가족의 더 중요하다"며 "우리 우크라이나 선수들은 스포츠 경기장에서 러시아와 마주할 준비가 돼 있지만 결코 그들과는 악수를 나누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FIE를 향해 비판의 메시지가 쏟아졌다. 우크라니아 펜싱협회도 크게 반발했다. 그러자 FIE는 실격 처리를 번복하고 하를란이 단체전에는 출전할 수 있도록 했다. 세계선수권 통산 4회 우승 경력을 자랑하는 하를란은 실격 처리로 인해 단체전에도 출전하지 못할 처지였다.
문제는 또 있었다. 세계선수권은 올림픽 출전에 필요한 랭킹 포인트가 주어지는 대회로 하를란은 실격으로 인해 파리올림픽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그러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손을 내밀었다. IOC는 토마스 바흐 위원장 명의로 된 서한을 하를란에게 보냈다. 만약 남은 기간 파리올림픽 출전 자격을 갖추지 못할 경우 추가 쿼터를 할당하는 방식으로 올림픽 출전 기회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IOC는 우크라이나 선수들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와 연대의 뜻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