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교권 강화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당정은 교원 대상 폭력에 대한 조치 내용을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7일 '교권 보호 및 회복방안'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교육활동 침해 행위 시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등 교권 확립을 위한 관련 법 개정안을 신속 통과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교권 침해 행위 시 학생부 기재를 반기는 분위기다. 학생부에 징계 사항이 들어가면 학생이 상급학교에 진학할 때 불이익이 있는 만큼 교권 침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27일 전국 유·초·중·고 교원 3만295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권 침해 인식 및 대책 마련 교원 긴급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9.1%가 교권 침해 학생에 대한 조치사항을 학생부에 기재하는 것에 찬성했다.
교총 조성철 대변인은 "교권 침해 행위가 학생부에 기재되면 학생들도 상당 부분 조심할 것"이라며 "학교폭력을 학생부에 기록하는 이유도 예방과 동시에 잘못된 행위에 대해 엄중한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교권 침해 시 학생부 기재도 이런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어 "학생이 학생을 폭행하는 '학폭'은 기재하면서 학생이 어른(교사)을 폭행하는 경우는 넣으면 안 된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며 "오히려 교사를 폭행한 경우가 더욱 중차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교권침해 예방 효과라는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학부모의 소송 남발이라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정의당 송경원 정책위원은 "학생부 기재가 교권 침해를 예방하는 효과는 어느 정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다만 "교권 침해를 예방하는 효과와 동시에 악성 민원과 소송이 늘어나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는 "고교학점제의 영향으로 학생부종합전형이 정량 평가보다는 정성 평가에 무게를 싣는 쪽으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부에 이런 내용이 기재될 경우 학교를 상대로 한 소송전이 다수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교권 회복보다는 교사가 더욱 부담을 느끼는 등 부작용의 소지가 클 것"이라고 봤다.
교권 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학생부 기재와 같은 새로운 방법을 도입하기보다 기존에 있는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한국교원대 김성천 교수는 "지금도 학생부에 사실을 기재하지만, 부정적인 내용일 경우 민원이 많이 들어오고 이 때문에 수정이 되기도 하는 상황"이라며 "오히려 교사의 평가권이나 기록권을 충분히 보장해 주고, 문제가 제기됐을 때 교사의 권리를 제대로 인정해 주는 쪽이 더 나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송 정책위원은 "학부모의 소송이 늘어날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그런 부작용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에 대한 방안이 담기지 않으면, 앞뒤가 맞지 않는 대책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