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러시안룰렛"…교사 99% "교권 침해 처벌하라"

"더 이상 동료 교사 잃고 싶지 않아…실질적인 교권회복 대책 마련"
교사 99.0%는 '감정노동자'로 여겨…98.7% "교실서 수업방해, 폭언·폭행 제지 못해"
99.8% "허위‧반복된 민원·신고는 교육청이 강력 대응해야"

황진환 기자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교권 침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전국 교사 중 99% 이상이 악성 민원 등 교권을 침해한 학부모를 상대로 강력 대응을 원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2030 청년위원회는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 동료 교사를 잃고 싶지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현재 교원들의 하루하루는 러시안 룻렛 게임과도 같다"며 "갈수록 심각해지는 학생들의 생활지도 거부와 폭언 폭행, 학부모 악성 민원과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라는 총알이 다음엔 누굴 겨눌지 두렵다"고 했다.

이어 "수업 중 자는 아이 깨웠다고 폭언, 돌아다니는 아이 훈계했더니 폭행, 음료수 먹으면 살찐다고 말했더니 아동학대 사과 요구, 교무실에서 학생 지도했다고 아동학대 신고 등등 이젠 놀랍지도 않은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교사들은 이날 검은색 옷을 입고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이들은 "반복적·상습적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사 보호방안 마련하라",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교사 보호방안 마련하라", "교실붕괴와 교권추락의 큰 원인 과도한 학생인권조례 전면 재검토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경북 칠곡의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양승모 교사는 이날 "교육 당국은 교사를 시대의 교육을 실현하는 부속품 정도로 소비해 왔다"며 "가르침과 배움의 공간인 교실은 병리적 지경에 이르렀고 교사는 희롱과 동정의 대상이 됐다. 교실과 교권이 무너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어린 동료 교사의 참담한 희생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교사와 학생의 권리는 균형을 찾아야 한다. 다시는 이런 참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실질적인 조건을 보호할 법과 제도를 마련해달라"고 했다.

기자회견에서는 교총이 지난 25~26일 유·초·중고교 교사 3만 295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권침해 인식 및 대책 마련 교원 긴급 설문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조사 결과 교사의 99.0%는 본인이 '감정노동자'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장 스트레스를 느끼는 대상으로는 66.1%의 교사가 '학부모'를 꼽았다. 민원 스트레스가 '심각하다'고 응답한 교원이 전체의 97.9%를 차지할 만큼 악성민원에 대한 피로도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 98.7%는 현재 교실은 수업방해, 폭언‧폭행 등 문제행동을 즉각 제지할 수 없고 학생에게 '부탁'해야 하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또한 허위‧반복된 민원이나 신고에 대해 교육청이 강력 대응(무고죄, 업무방해죄 고발)하는 것에 99.8%의 교원이 동의했다. 교권침해 학부모에게 과태료 부과 등 실효성 있는 조치가 가능하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하는 것에 대해서도 99.3%가 동의했다.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추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83.1%의 교원이 동의했다.

입법 과제에 대해 교원 대부분이  필요성에 공감을 표했다. 먼저 교권침해 학생에 대한 조치사항을 학생부에 기재하는 것에 대해 절대다수인 89.1%가 찬성했다. 정당한 교육활동을 아동학대로 보지 않도록 법을 개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99.8%가 동의했다

서울시교육청에는 악성 민원 대응 매뉴얼이 있는데, 실제로 도움이 되느냐는 물음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3.4%에 불과했다. 반면 '도움이 안 된다'는 답변은 57.3%나 됐다. 아예 매뉴얼을 본 적이 없다는 응답도 39.3%에 달했다.

이를 토대로 교총 청년위는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정당한 생활지도를 보호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통과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무고성 악성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에게 책임을 묻는 법‧제도 마련 △중대한 교권침해 학생부 기재, 가해학생·피해교사 즉시 분리 등을 담은 교원지위법 개정안 처리 △교원이 수업방해, 교권침해 등에 대응할 수 있는 지도, 제재, 조치 방법을 장관 고시로 마련할 것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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