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김혜수가 한계를 넘게 만든 신기한 '밀수'의 힘

영화 '밀수' 조춘자 역 배우 김혜수.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
※ 스포일러 주의
 
김혜수는 '밀수'에서 해녀로 변신, 세계 최초 '해녀 액션 신'을 선보인다. 김해수는 해녀 액션 신을 두고 "유일무이"라고 표현했다. 김혜수의 연기도 그렇다. 그는 매 작품 매 캐릭터 '유일무이'한 연기를 선보인다. 그게 배우 김혜수의 힘이다.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해양범죄활극에서 김혜수가 맡은 역할은 성공을 꿈꾸며 밀수판에 뛰어든 조춘자다. 류승완 감독이 "김혜수 배우의 모든 매력을 담아낸 캐릭터로 탄생시키고자 했다"고 한 말마따나 '조춘자' 안에는 그동안의 김혜수는 물론 익히 다 알았다고 여겼던 김혜수까지, 그의 매력이 농축돼 있다.
 
김혜수가 또 한 번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남을 캐릭터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은 '밀수'를 함께한 '팀'이었다. 인터뷰 내내 그는 팀과 팀워크의 힘을 수차례 강조했다. 팀원들과 함께 '공황'도 이겨냈다는 이야기는 이미 유명하다. 과연 김혜수는 '밀수'의 어떤 매력에 푹 빠져 조춘자를 완성할 수 있었는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영화 '밀수' 스틸컷. NEW 제공
 

김혜수가 그린 춘자의 키워드는 '생존'

 
김혜수는 처음 '밀수' 시나리오를 받아본 후 '1970년대' '밀수' '해녀'라는 키워드에 흥미를 느꼈다. 그리고 '밀수'가 진행되면 될수록 더욱더 흥미로워졌다. 과거 어느 도시에서 밀수했던 해녀가 있었다는 문장 한 줄이 '밀수'라는 영화로 이어졌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시작점부터 흥미진진했던 '밀수' 속 자신이 연기하게 될 조춘자에게서 제일 처음 본 것은 '생존'이었다.
 
"전 춘자의 키워드는 '생존'이라 생각해요. 혈혈단신 떠돌이로서의 삶, 그런 삶을 사는 여자죠. 정착한 듯 하나 기본적으로는 정착할 수 없을 거란 불안이 늘 존재하는 삶이죠."
 
그는 "춘자의 모든 키워드는 생존에서 출발한다. 권 상사를 처음 만났을 때도 무서웠을 테지만 그럼에도 발악한다. 불안한 사람이 더 목소리가 크다"며 "그때 춘자는 임기응변으로 살아남으려 하는데, 상대가 어떤 인물인지 정확하게 본능적으로 파악하는 거다. 기본적으로 감각과 본능에 의존하며 살아가는 캐릭터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밀수' 스틸컷. NEW 제공
김혜수에게 춘자의 외적인 면들은 일종의 '생존의 수단' 같은 거라 봤다. 해녀 춘자로서, 밀수판에서 고객을 대하는 춘자로서의 모습은 각 상황에 걸맞은 위장이다. 그게 곧 춘자의 생존 방식이다. 이처럼 자신이 분석한 춘자를 연기하는 데 있어서 류승완 감독은 별다른 디렉션을 하지 않았다. 김혜수는 "연기에 관해서는 배우에게 전적으로 맡기고 믿어주신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밀수' 사전 작업 당시 김혜수는 '소년심판' 촬영 중이어서 류 감독과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문자나 통화로 많은 이야기를 공유하며 여러 의견을 수렴했고, 이를 효과적으로 대본에 활용했다. 그렇기에 김혜수는 류 감독과 첫 작품이었음에도 불안보다 든든함을 느끼며 촬영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작한 현장에서 김혜수는 '이래서 류승완 감독이구나'라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어떤 배경, 어떤 장르의 작품에서도 진중함과 가벼움 그리고 유머가 공존하는 류 감독의 강점을 현장에서 경험했다.
 
그는 "상황에서의 유머 같은 게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하겠다는 목적이 아니라 그 상황에 너무나 걸맞은,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웃음이다. 보편성의 힘이 굉장히 크다는 생각이 든다"며 "우리가 체감할 때 어떤 상황, 어떤 인물이 땅에 발을 디딘 거 같은 느낌을 주는 힘이 굉장히 큰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영화 '밀수' 스틸컷. NEW 제공
 

공황을 극복하게 만든 신기한 힘 '팀워크'

 
김혜수는 자신이 발 디딘 '밀수' 현장에서 값진 경험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기도 했다. 바로 물에 대한 공황 증상을 극복하고 극 중 해녀로서 수중 신을 무사히 촬영한 것이다. 김혜수는 당시를 두고 "신기한 경험"이라고 표현했다.
 
평소 물을 무서워하지도 않고 오히려 좋아하는 것은 물론 수영도 해왔다. 그렇기에 수심 6m에 이르는 수조 세트를 눈앞에 두고 이상한 자신의 상태에 "왜 이러지?"라는 말이 제일 먼저 나왔다. 몸도 마음도, 그 어느 것도 자기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아주 이상한 상태를 경험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바로 '공황 상태'였다.
 
역할 자체가 해녀였고, 물속에서의 촬영이 필수였는데 공황이란 걸 알게 된 후 물에 들어가지 못했다. '내가 왜 이러지' '어떡하지' 등의 생각밖에 안 났던 그가 물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준 것은 바로 '해녀들', 즉 함께한 동료 배우들이었다.

영화 '밀수' 스틸컷. NEW 제공
"감동적이었던 게, 정아씨는 물을 무서워했어요. 실제 물 공포증 있는 배우도 있었죠. 그런 그들이 물에서 캐릭터에 맞게 움직이는 걸 보는 데 감동적이었어요. 한 분 한 분 들어가서 기량을 발휘하는 걸 봤는데, '우와!' 하다가 어느새 소리 내서 박수치고 있더라고요. 공황이라는 게 완전히 극복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자유로웠어요. 오히려 물이 너무 편해졌죠. 정아씨는 '이 언니 물밑에서 말도 해요!'라고 했어요."(웃음)
 
김혜수는 '밀수'를 촬영하면서 행복했다고 여러 번 이야기했다. 그리고 자신을 행복하게 한 가장 큰 이유는 팀원과 그들과의 일치감이었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좋은 배우들, 진심으로 성실하고 열정적인 배우들을 만났다. 그리고 어느 순간 너무나 자연스럽게 우리는 하나였다. 영화를 하면서 현장이 행복할 수 있게 이끌어 준 너무 고마운 배우들"이라고 말하는 그의 눈빛은 행복한 사람만이 발할 수 있는 빛으로 반짝였다.
 
특히 '워맨스'(여성 간의 친밀하고 깊은 우정을 이르는 말)라 할 수 있는 호흡을 선보인 염정아에 관해 묻자 "나와 다른 기질을 가진 배우라 케미가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 '밀수' 스틸컷. NEW 제공
그는 "염정아라는 배우를 생각했을 때 그 이름이 주는 신뢰가 있다. 그런 배우가 굉장히 귀한 거 같고, 그런 배우를 만나서 너무 좋았다"며 "다른 기질의 배우가 만나서 서로가 서로에게 많은 것을 느끼고 새롭게 배운 것도 있고, 화합하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그런 게 너무 좋은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꾸준히 성장하면서 확장해 나가는 배우라는 면에서 굉장히 존경한다. 그런 배우들은 흔치 않다"고 덧붙였다.
 
김혜수는 권 상사 역으로 호흡을 맞춘 조인성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인성씨한테 정말 고맙다. 사실 난 인성씨가 합류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너무 고맙고 그 자체가 이미 힘이 됐다"며 "실제 연기하면서 조인성이라는 배우가 꽃미남 배우로 출발해서 얼마나 배우로서 멋지게 성장해 가고 있는지, 그 한순간을 공유했다는 게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영화 '밀수' 조춘자 역 배우 김혜수.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
 

함께 만난 사람들과 함께 해낸 경험이란

 
이처럼 다른 배우들을 칭찬하는 데 주저하지 않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장점을 세세하게 짚어내며 이야기하는 게 김혜수다. 그러나 "지금이 김혜수 최고의 전성기"라는 말을 듣자 정작 자신에 대해서는 야박하다 싶을 정도로 겸손하게 자신을 낮췄다.
 
그는 "완전히 정직하게 이야기하면, 작품의 흥행 같은 건 잘 모르겠다. 물론 작품이 나 혼자 보려고 만든 건 아니니까 그런 게 중요하다"면서도 "솔직히 말하면 난 현장이 다다. 그게 제일 중요한 거 같다. 내가 느낀 것, 본 것, 배운 것, 만난 사람들, 그게 다다"라고 했다.
 
이어 "사실 운이 좋게 좋은 작품에 합류했고, 내 스스로도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런 것에 감사하고, 또 하나는 한 배우의 장단점을 앎에도 그 배우를 기대하고 기다려 주는 건 축복인 거 같다. 눈물 날 정도로 감사하다"며 "작품의 성과가 작품과 정비례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작품을 선택하고 공동 목표를 갖고 함께 만난 사람들과 함께 해내고 경험한 것, 그게 대부분인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영화 '밀수' 조춘자 역 배우 김혜수.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라는 타이틀이 당연할 정도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데 주저하지 않은 배우가 김혜수다. 그럼에도 그는 경험자 내지 선배로서 자신의 역할론을 들기보다는 지금 상황에 집중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그것이 김혜수만의 방식이다.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걸으며 다른 이에게 길을 내주는 것 말이다.
 
"전 제가 상황이 생기고 상황에 선택받고 제가 선택하면 그 상황에 집중하고 충실한 게 다예요. 저도 어딘가에서 좋은 영향을 받고 좋은 자극을 받았기에 가능한 거죠. 제가 엄청나게 대단한 박애주의자라서 맨날 뭘 그렇게 챙기겠어요. 다 상보관계라 생각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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