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사표를 품고 살았던 전 직장인 무해, 퇴사하고 삶의 광명을 찾은 프리랜서 작가 진리, 논문을 쓴다며 매일 누워 있는 무기력한 대학원생 예슬, 가장 바쁘지만 가장 가난한 스타트업 대표 밤바. 20대 직장 동료로 만나 30대가 된 친구들은 따로 살아가지만 어느 날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쓰자고 했다.
'브런치' 연재로 시작된 삼십 대 여자들의 글쓰기는 입춘부터 대한까지 스물네 개의 절기를 반복하는 동안 답 없는 질문 같은 삶을 함께 쓰며 누구에겐 터럭 같은 소소한 이야기부터 세상과 마주하며 살아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소복히 쏟아낸다. 그 중 이 책은 1년의 토막이다.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소모했던 이십 대를 지나 삼십 대가 된 이들이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으로 글쓰기를 선택했다. 기쁘고 슬프고 고독하고 따뜻한 사람들을 연결하는 가장 멋진 도구가 글이라는 저자들은 같은 시대를 관통하는 동안 독백에 담긴 섬세함으로 서로를 위로한다.
"지금은 우리 네 사람 모두 30대가 되었다. 퇴사한 날도, 그다음 진로도 각자의 특기와 성격에 따라 달라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만남의 주기도 단톡방에 메시지가 올라오는 주기도 점차 멀어졌다. 그럼에도 우리가 서로를 여전히 친밀한 친구라고 생각하는 건 서로 삶의 맥락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각기 다르기에 서로를 궁금해하고, 또 다르지 않기에 서로를 공감한다." -머리글에서
저자들은 왜 계절과 절기를 두고 글을 쓰냐는 편집자의 물음에 '글쎄…'라며 딱히 답을 내놓지 못했다고 한다. 절기에 1년 농사가 잘되라는 기원이 깃들어 있듯 '쓰기'는 그 모든 날들을 서로 기대어 살아 있기 위한 이들의 의식이었을까.
그 의식이 꽤나 괜찮은 일상의 주문이 아니겠느냐고, 거기에 함께하지 않겠느냐고 저자들은 읽는 이들에게 제안한다.
글밥으로 세상 농사를 짓는 삼십 대들에게 흉작도 풍작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책으로 묶어낸 글에서 이들이 씨뿌린 작물 사이를 헤쳐가는 풍경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김진리 외 지음ㅣ허스토리ㅣ21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