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소녀에서 韓 정구 차세대로' DGB 김민주의 인생 역전

김민주가 25일 제61회 대통령기 전국소프트테니스대회 여자 복식 결승에서 호쾌한 백핸드 스트로크를 구사하고 있다. 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

한국 여자 소프트테니스(정구) 차세대 주역 김민주(22·DGB대구은행)가 실업 무대 첫 여자 복식 정상에 올랐다.

김민주는 25일 경북 문경시 국제소프트테니스장에서 열린 제61회 대통령기 전국소프트테니스대회 여자 복식 결승에 팀 동료 김한설과 출전해 우승을 합작했다. 안지해(부산 사하구청)-김연화(안성시청)를 게임 스코어 5 대 2로 눌렀다.

실업 데뷔 5년 만에 거둔 첫 복식 우승이다. 김민주는 단식 전문으로 19살이던 2020년 제41회 회장기 정상에 오르는 등 주목을 받았지만 복식에서는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러다 초등학교 때부터 절친인 김한설과 짝을 이뤄 첫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김민주는 송지연(문경시청), 문혜경, 이민선(이상 NH농협은행), 이수진(옥천군청) 등 그동안 한국 여자 소프트테니스를 이끈 선배들을 이을 재목으로 꼽힌다. 육상 선수였던 어머니와 축구 선수였던 오빠, 농구를 했던 언니 등 빼어난 운동 능력을 자랑한다. 소속팀 조경수 감독은 "대구 지역 20개 운동부 선수들을 대상으로 체력 테스트를 했는데 김민주가 여자 선수 중 악력이 가장 셌다"고 귀띔했다.

사실 김민주는 어릴 때 농구 선수가 꿈이었다. 김민주는 "농구를 했던 언니의 영향을 받아 충북 옥천군 죽향초등학교 2학년 때 공을 잡았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초등학교 5학년 때 뜻밖의 변수가 생겼다. 학교 농구부가 해체된 것. 언니 역시 고교 때 농구부가 해체돼 선수 생활을 그만둬야 했다. 이에 김민주는 선수 생활을 잇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전학도 고려했다.

그러나 가족과 떨어져 타 지역에서 홀로 지내야 하는 부담이 컸다. 여기에 학교에 새로 창단된 소프트테니스팀에서 뛰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 있었다. 이에 김민주는 농구팀 동료들과 함께 라켓을 잡게 됐다.

김민주가 25일 제61회 대통령기 전국소프트테니스대회 여자 복식 우승을 차지한 뒤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노컷뉴스


재미가 있었기에 전향을 할 수 있었다. 김민주는 "공도 말랑말랑 귀여웠고, 무엇보다 스트로크를 할 때 '탕' 소리가 너무 좋았다"고 돌아봤다. 이어 "라켓으로 공을 칠 때의 쾌감도 정말 좋았다"면서 "지금 생각하면 전향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하고 부모님들도 좋아하신다"고 미소를 지었다.

다만 아직까지 앞서 언급한 태극 마크를 달지는 못했다. 조 감독은 "체력이나 기량은 충분히 국가대표 자격이 있지만 아직까지 경험이 조금 부족하고 승부처에서 멘털이 약해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민주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그동안 3, 4위에 머물러 아깝게 떨어졌다"고 입맛을 다셨다.

그런 김민주는 내년 세계선수권대회를 정조준하고 있다. 더군다나 내년 대회는 경기도 안성시에서 열린다. 김민주는 "아직은 국내에서 5위 안에 드는 정도"라고 자평하면서도 "앞으로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 등 소프트테니스에서는 가장 큰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내고 싶다"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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