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활동할 때 장기는 '퍼포먼스'였다. 유닛이 되자, 셔누와 형원 두 사람이 뭉쳤을 때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할지가 가장 중요한 숙제였다.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은 같았지만, 방향성은 조금 달랐다. 음악은 형원, 퍼포먼스는 셔누가 각각 집중해서 작업해 첫 번째 미니앨범 '디 언씬'(THE UNSEEN)이 탄생했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디 언씬' 발매를 기념해 셔누·형원의 라운드 인터뷰가 열렸다. "데뷔하는 마음으로"(셔누) 준비했고, 팬들에게 "새로운 느낌의 무대"(형원)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설렌다는 이들에게 미니 1집 준비 과정을 들어봤다.
셔누는 군 복무 중에 셔누·형원 유닛 제안을 받았다. 올해 4월 소집해제 후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갔다. 그는 "소집해제 하자마자 몬스타엑스가 너무 잘돼 있어서 이렇게까지 바쁘게 활동하나 싶었다. 너무 좋은 거지만 여러 곳에서 많이 찾아주시더라. 저는 2년 넘게 쉬다 왔는데 되게 어색하고 당황도 좀 했다"라면서도 팬 콘서트 이후 "컨디션 같은 걸 잘 회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평소 '듣는 음악'을 추구하고, 음악으로 어두운 부분을 표현하기도 한다는 형원은 '우리 둘이서만 가능한 것,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를 가장 고민했다. 그는 "둘 다 정적인 부분이 많이 있고, 이런 부분이 표현이 잘 되겠다 싶었다. 확실히 단체가 아닌 만큼, 유닛 느낌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걸 해야겠다. 듣기도 듣지만 보기에도 재미있을 만한 구성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타이틀곡은 1번 트랙 '러브 미 어 리틀'(Love Me A Little)이다. 내 본연의 모습도, 네가 원하는 나의 모습도 무엇이든 준비돼 있으니 나를 더 사랑해 줬으면 좋겠다는 내용으로, 형원이 직접 프로듀싱했다. 다양한 악기 변주와 셔누, 형원의 엣지 있는 보컬이 두드러진다.
두 사람은 모두 타이틀곡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형원은 "처음부터 타이틀을 할(쓸) 생각은 없었고, '일단 최대한 좋은 노래를 만들자'는 게 1번이었다. 오히려 내 곡이 안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부담감도 있었고, 유닛으로 되게 좋은 모습 보여주고 싶은데 내 곡에 자신감이 있지만 정말 좋은 곡을 받아 결과가 더 좋다면 그 곡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털어놨다.
셔누는 "여러 데모(후보곡)가 왔을 때 가장 타이틀성이 강하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이번 노래 말고도 지난 앨범 중 '와일드 파이어'(Wild Fire)나 '론 레인저'(LONE RANGER)라는 노래도 개인적으로 굉장히 듣기 좋은 음악이고 형원이가 만들었다는 게 잘 상상이 안 된다"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되게 항상 새롭지만, 형원이의 정서가 묻어있는 듯하다. 작곡가가 자기 정서를 넣어 음악을 표현한다는 것을 저는 참 높게 평가한다"라고 전했다.
"여러 가지를 봤을 때 잘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은 건 타이틀곡이었다"라고 만족감을 표한 셔누에 이어, 형원도 셔누가 담당한 퍼포먼스와 관련해 '좋았다'라고 언급했다. 형원은 "노래가 완성되고 셔누 형이 안무를 만들어서 왔는데 저는 놀랐던 게 포인트를 정확하게 짚어서 표현하더라. 그걸 보고 '아, 진짜 저 춤추고 싶다'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되게 좋았다"라고 호평했다.
듣는 것만큼 '보는 것'도 재미있게 연출하기 위해 구성에도 신경 썼다. 형원은 "댄스 브레이크가 중간에 들어가고 마지막에 코러스 나오는 형식이 일반적인데, 반대로 (저희는) 마지막에 댄스 브레이크를 넣어서 조금 더 퍼포먼스에 임팩트를 주려고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형원은 "둘이 성격도 그렇고 무대에서도 그렇고 비슷한 부분이 있지만, 다른 게 되게 많아서 그런 걸 (퍼포먼스에서도) 표현하려고 했던 것 같다. 춤 선과 춤추는 스타일도 원래 많이 달라서, 같이 춤을 추고 있지만 다른 느낌이 날 수 있다고 봤다. 페어 안무도 중간에 넣어서 다른 두 사람이 교감하고 서로 어우러지는 모습을 많이 연출하려고 했다"라고 전했다.
'절제된 섹시'라고 셔누가 말할 때, 형원은 작게 웃었다. 셔누·형원이 보여줄 섹시함은 어떤 모습인지 묻자, 형원은 "전 오히려 감추는 게 더 섹시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콘셉트 포토 보시면 이때까지 했던 것보다는 노출도 덜 하고 어떤 이미지가 강하게 떠오르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섹시함을 두고 두 사람의 견해는 일치했을까. 그러자 셔누는 "이번 앨범에서는 그런(일치한) 거 같다. 표현하고자 하는 방향이 같은 것 같다"라고 답했다.
몬스타엑스는 셔누, 민혁, 기현, 형원, 주헌, 아이엠까지 총 6명이다. 이번 셔누·형원 유닛은 단 두 명이다. 둘이기 때문에 더 힘이 실리는 부분도, 혹은 걱정되는 부분도 있을 테다. 셔누는 "몬스타엑스가 강렬하고 에너제틱하고 귀여울 땐 확 귀엽고 가창력도 다이내믹하게 여러 가지 방면을 보여줬다면, 저희는 콘셉트와 피지컬, 퍼포먼스, 비주얼적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라고 짚었다.
몬스타엑스는 뚜렷한 팀의 색을 지녔고, 셔누와 형원 역시 8년 동안 쌓아온 자신만의 캐릭터가 있다. 대중이 익히 알거나 예상할 만한 부분 말고, 준비한 '의외의 포인트'가 있는지 궁금했다. 셔누는 "일단 둘이서 나오는 거 자체? 뭔가 제대로 앨범을 내는 게 사실 처음이어서, (그게) 의외의 대비가 아닐까"라고 바라봤다.
형원은 "이번에 형이랑 노래를 만들면서 차별점 두고 싶은 게 하나가 있다"라며 "저희 둘이 잘하는 게 뭐가 있을까. 강한 것도 강한 거지만, 저희 장점이 정적인 것 같아서 그렇게 잡았다. 몬스타엑스에서 유닛이 나온다고 하면 뭔가 되게 강하고 부수고 이런 느낌일 것 같지만, 퍼포먼스도 이때까지 해 온 것과 다른 스타일이라는 데에 의외성이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번 앨범에서 가장 셔누·형원의 스타일이 잘 담긴 곡이 무엇인지 묻자, 형원은 "제가 평상시에 듣는 음악이나 좋아하는 음악은 '슬로우 댄스'(Slow Dance)"라며 "되게 달달하기도 하고 아침, 점심, 저녁 어느 시간대에 어느 상황에 들어도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인 거 같아서 좋을 거 같다"라고 답했다. 셔누는 "'플레이 미'(Play Me) 처음 들었을 때 이 노래로 무대 하면 되게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전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