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교사들이 사교육 업체에 모의고사 문항을 만들어 주고 돈을 받는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하반기 중에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문제는 대형 입시학원들이 현직 교사들로부터 모의고사 문항을 구입하는 것이 오랜기간 관행처럼 굳어졌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25일 장상윤 차관 주재로 관계 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제3차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범정부 대응협의회'를 열고, 현직 교원의 사교육 업체 문항 판매와 관련한 제도 개선 방안 등을 논의했다.
먼저 교원의 사교육업체 문항 판매와 관련해 현직 교원이 대형 입시학원이나 강사에게 일부 수험생에게만 배타적으로 판매·제공되는 교재에 활용될 문항을 제작·판매하고 고액 원고료를 받는 행태를 방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교원이 사교육업체에 문항을 판매하는 행위에 대해 학생을 사실상 사교육으로 내몰고, 공교육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로 여겨 엄단하기로 한 것이다.
교육부는 "사교육 업체와의 유착·금품 수수가 확인될 경우 청탁금지법 위반, 영리업무 금지, 성실의무 위반 등에 대해 경찰청·교육청과 뜻을 모아 엄정하게 처벌하고 가능한 한 모든 조치를 동원할 방침"이라고도 했다.
정부는 교원의 부적절한 영리 업무와 일탈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올해 하반기에 영리 행위 금지 및 겸직 허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일부 수험생에게만 배타적으로 판매·제공되는 교재 집필 행위에 대해서는 겸직 허가를 내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현직 교원의 영리 행위 중 시중에 공개적으로 유통·판매되는 출판사의 문제집을 저술하는 등의 행위는 지금처럼 허용하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들 출판사의 문제집은 누구나 살 수 있어 보편화돼 교육적인 측면이 있지만, 특정 학원에만 공급하는 것은 일종의 카르텔적인 성격이 있어, 문제가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또 다른 교육부 관계자는 "(교사의 문항 판매는)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센터에 신고가 들어와 대응하고 있었던 사안 중 하나고, 언론 보도도 있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만들려고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전날 한 언론은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유명 학원들이 지난 10년간 고교 교사 130여명에게 최소 5천만원 이상의 돈을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아직은 방향성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상황이지, 구체적인 기준이나 이런 부분은 사실 다른 과에서 고민하고 있는 상황인 것 같다"고 밝혔다.
문제는 대형 입시학원들이 모의고사 문제 출제에 입시학원 강사는 물론 현직 교사들을 참여시킨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현직 교사들로부터 문항을 구입하는 것이 광범위하고 관행처럼 굳어졌다는 것이다.
대형 입시업체 강사인 A씨는 "학교 교사들이 문제집을 만드는 데 참여하는 것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일"이라며 "대형학원들도 출판부를 만들어 모의고사 문제집을 만드는데, 경쟁이 생기다보니 참여하는 교사들에게 지불하는 단가도 높아졌다"고 전했다.
입시업계에 따르면, 보통 한 문항 당 10만 원, 고난도 문항의 경우 50만 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현직 교사들끼리 소개하기도 하고, 퇴직 교사들도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 입시학원의 경우 교사 1인당 연 평균 3백만 원에서 5백만 원 정도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모 입시업체 관계자는 "이것을 교육부에서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이야기가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입시업체 관계자는 "교사의 모의고사 문항 출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사실 방관자적 자세가 있었는데, 이제 단속을 한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수능 킬러문항 배제' 지시 이후 이른바 사교육 카르텔 손보기가 시작됐지만, 교육계에서는 수능에 과집중된 현실 등 대학 입시의 근원적 문제는 놔둔 채 변죽만 울리는 대책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국세청이 대형 입시업체에 대한 대대적인 세무조사에 나서고, 약속이나 한 듯이 교육부가 그 조사 결과에 근거해 일부 교사들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