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옷을 정리해 둔 옷장 바닥에 쌓아놓은 박스를 열었다. 먼지가 쌓인 박스를 열자 쓰고 남은 KF-80 마스크 수십여장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작게 한숨을 쉬고 마스크 두 개를 챙겨 출근길에 올랐다.
"이제 좀 벗어나나 싶었는데…"
직장인 최모(35)씨는 이번주부터 마스크를 끼고 생활하고 있다. 지난주부터 몸이 좋지 않더니 어제부터는 기침에 열까지 났던 것.
그는 "엔데믹이라고 해서 방심했던 것 같다"며 "여름이라 너무 덥고 답답하지만 여름 휴가 며칠 앞두고 감기라고 연차를 또 낼 수도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마스크를 다시 쓰는 중"이라고 말했다.
여름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는 속담이 무색하게, 한여름에도 독감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26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전국의 의원급 인플루엔자 표본감시기관 196개 감시 결과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인플루엔자 의사환자는 외래환자 1천명당 16.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18~24일 15명에서 3주 연속 증가한 수치다.
통상적으로는 여름철에 들어서면 인플루엔자는 감소하는 양상을 보인다. 하지만 올해는 봄철 유행 증가세가 감소된 지난달 말 이후에도 유행이 꺾이지 않고 있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소아를 포함해 학생 연령층에서 주로 발생했으며 초등 연령층인 7~13세가 43명으로 가장 높았고, 13~28세가 25.2명, 1~6세가 18.5명 순으로 발생 비율이 높았다.
인플루엔자 원인 병원체로는 리노바이로스가 18.6%로 가장 많이 검출됐다. 아데노바이러스는 15.9% 코로나19도 12.3%로 뒤를 이었다.
리노바이러스는 기침과 콧물, 코막힘 등 가벼운 감기 증상을 보이며 상대적으로 발열 증상이 적다.
확진자가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던 코로나19도 유행이 확산하는 추세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8일~24일 일주일간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는 3만8809명으로 전주 대비 38.83% 급증했다.
날짜별 확진자 수를 살펴보면 18일 4만1995명, 19일 4만7029명, 20일 4만861명, 21일 4만904명, 22일 4만2500명, 23일 4만1590명, 24일 1만6784명이 확진됐다.
신규 확진자가 4만명을 넘어선 것은 지난 1월 코로나19 재유행 이후 6개월만이다.
지난달부터 병원 등 감염취약시설을 제외한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지면서 방역 조치가 완화되자 코로나19가 다시 유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방역당국은 "당분간은 산발적 유행이 반복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인플루엔자 유행과 관련해 "밀폐· 밀집한 장소나 인구이동으로 사람간 접촉이 늘어나는 하계 휴가지 등에서는 인플루엔자, 코로나 19 등 호흡기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외출 전·후 30초 이상 비누로 손 씻기, 기침 예절, 호흡기 증상 발생 시 마스크 착용 등 개인위생수칙의 실천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