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①"운동할 아이들이 없어요" 韓 체육, 초저출산에 존립 기반마저 흔들린다 ②'금쪽같은 내 새끼' 초저출생에 韓 체육 학원 분위기까지 달라졌다 ③"애들이 없으면 발굴해야죠" 악조건에도 생존 분투하는 韓 체육, 대안은 있을까 ④韓 체육이 풀어야 할 숙제는? 저출산 문제가 전부는 아니다 ⑤'윤석열 정부에 묻는다' 위기의 韓 체육, 초저출생 문제 어떻게 해결할까 |
2022년 대한민국의 합계 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에 머물렀다. 0.78명, 한 가정에 아이가 채 1명이 되지 않는 셈이다. 나라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는 형국이다.
인구가 줄고 아이가 사라지니 스포츠도 존립 기반이 흔들린다. 초등학교 운동부 선수는 2021년 2만4595명에서 지난해 1만9936명으로 줄었다. 올해는 7월 12일 기준으로 1만7762명인데 하반기에도 선수 등록이 이뤄지긴 하지만 2만 명을 넘길지 미지수다.
특히 비인기 종목은 더 큰 위기다. 야구, 농구, 배구 등 프로 스포츠도 학생 선수들이 줄어드는 판에 아마추어 종목은 더할 수밖에 없다.
우슈(무술)는 고(故) 이소룡, 성룡 등 쿵푸 영화 스타들이 맹활약한 1970년대부터 거의 20년 동안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대한우슈협회 관계자는 "한때 등록 선수가 2000명을 넘었고 도장도 1000개 이상이었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태권도와 다른 종합 격투기 등에 밀려 최근에는 비인기 종목으로 분류되는 게 사실이다. 협회 등록 선수도 500명 안팎, 전국의 도장도 200개 정도로 줄었다. 인구 절벽 시대를 맞아 우슈도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럼에도 종목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특히 실내 무도장이 근간을 이루는 우슈는 2020년부터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지만 최근 차츰 극복하는 모양새다. 2019년 542명이던 협회 등록 선수는 2020년 447명으로 거의 100명이 줄었지만 이듬해 476명, 지난해 493명으로 늘었다. 올해는 연말까지 다시 500명을 넘길 전망이다.
협회는 종목 중흥을 위해 조수길 회장이 주도적으로 지난해 3월 각계각층 체육 전문가 출신 운영위원 10명으로 대한우슈진흥연구소를 발족시켰다. 이를 통해 꿈나무들이 국가대표들과 합숙 훈련을 하는 '유소년 우슈 스쿨' 등 저변 확대 프로그램이 진행됐고, 제8회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는 금메달 2개, 은 6개, 동 7개 등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협회 박영진 사무처장은 "사실 우슈는 소년체전 종목이 아니라 초·중학교 등록 선수가 적을 수밖에 없고 정부에서 받는 지원금을 유소년 발전에 사용할 수도 없다"면서 "대부분 도장 소속으로 대회에 출전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각 시도협회에서 십시일반으로 모아 유소년들을 지원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협회는 사회적 취약 계층을 위한 우슈 교실을 여는 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 선수 숫자가 유지되거나 오히려 늘어나는 종목도 있다. 열악한 환경이지만 꾸준히 저변 확대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대안을 마련해온 덕분이다.
소프트테니스(정구)는 아시안게임 효자 종목으로 꼽힌다. 1994년 히로시마 대회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전체 금메달 41개 중 25개를 따냈다. 일본, 대만과 함께 아시아는 물론 세계 최강을 다툰다.
하지만 엄밀히 따져 인기 종목은 아니다. 양궁, 펜싱, 수영, 빙상 등은 그래도 올림픽 종목이라 4년마다 큰 관심을 받지만 소프트테니스는 올림픽 정식 종목이 아니고 아시안게임에서도 겨우 반짝 주목을 받는 정도다.
그럼에도 소프트테니스 선수들의 숫자는 줄지 않고 있다. 물론 10년 전과 비교하면 전반적으로 감소했지만 최근 몇 년 동안을 살펴보면 유지되고 있다. 2020년 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 전체 등록 선수는 1346명이었는데 2021년 1417명, 지난해 1476명으로 늘었다.
올해는 1370명이지만 하반기 1400명을 충분히 넘길 전망이다. 협회 김태주 사무처장은 "학생 선수들은 진학 등의 변수가 있고 하반기 대회에 맞춰 선수 등록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최근 열풍이 불고 있는 인기 종목 테니스와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 대한테니스협회 등록 선수는 지난해 1713명, 올해 1665명인데 2020년까지 1500명 수준에서 최근 인기를 반영하듯 숫자가 늘었다. 초등부 선수는 지난해 753명, 올해 706명으로 중·고등부 및 대학·일반부를 통틀어 가장 많다.
소프트테니스도 초등부 선수들의 증가가 고무적이다. 협회에 따르면 2020년 초등학생 선수는 611명에서 이듬해 680명, 지난해는 755명으로 늘었다. 올해도 현재는 637명이나 협회는 연말이면 700명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협회는 물론 종목 전체 차원에서 유소년 저변 확대에 힘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협회 주인식 부회장은 "15년 전부터 유소년 저변 확대 플랜을 시행해오고 있다"면서 "라켓과 공 등 장비 지원은 물론 저소득층 학생에 대한 후원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협회는 국민체육진흥공단 기금과 자체 조달한 재원 등으로 연간 1억 원 가까이 학교 운동부를 지원해오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 운동부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협회 김백수 전무는 "초등부 경기를 국가대표 선수들이 출전하는 일반부 옆 코트에서 진행한다"면서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기량을 직접 보게 해 동기 부여를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처장은 "또 초등부 결승은 인터넷 중계를 편성해 해당 학교에서 보고 응원해줄 수 있게 한다"고 강조했다. 어린 꿈나무들이 클 수 있도록 지극정성을 쏟는 것이다.
인구 감소에 따른 스포츠의 위기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하는 종목도 있다. 탄탄한 생활 체육이 엘리트 체육으로 이어지는 이상적인 해법이다.
배드민턴은 10년 전보다 오히려 선수 숫자가 증가했다. 2014년 대한배드민턴협회 등록 선수는 2116명이었는데 꾸준히 늘더니 지난해 2508명이 됐다. 협회 이선경 차장은 "올해도 현재까지 2386명이지만 대회 출전을 위한 학생 선수들이 등록을 하면 연말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학생부 선수들이 늘고 있다. 초등부는 2014년 799명에서 지난해 969명, 중등부는 492명에서 547명, 고등부도 367명에서 446명으로 증가했다.
이 차장은 "배드민턴은 워낙 동호인이 많은데 부모들을 따라 체육관에 왔다가 운동을 시작하게 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동호인 등록을 각 시도협회에 맡겨 정확한 집계는 되지 않고 있다"면서도 "20~23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약수터에서 치는 사람까지 더하면 100만 명이 넘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고 전했다. 두터운 생활 체육층이 중요한 이유다.
역시 정부 지원의 중요성이 드러나는 종목도 있다. 민족 스포츠 씨름이 대표적이다.
씨름은 1980~90년대 황금기를 지나 종합 격투기에 밀리는 형국이었다. 그러나 지난 2012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계기로 씨름진흥법이 제정돼 국가의 지원을 받고 있다.
여기에 씨름은 전통 스포츠라는 이미지에만 갇혀 있는 게 아니라 유소년 및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 지원 속에 '씨름의 희열'이나 '천하제일장사' 등 예능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고, 유소년 저변 확대를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한씨름협회 등록 선수는 2014년 1779명이었지만 올해는 1895명으로 늘었다. 초등부(602명), 중등부(468명), 고등부(327명) 등 전반적으로 증가 추세다. 협회 관계자는 "최근 2년 동안 진행된 유소년 스포츠 클럽 지원 및 육성 사업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구 역시 정부 지원을 적극 활용해 저변 확대를 꾀하는 종목이다. 대한당구연맹은 대한체육회 역점 사업인 디비전(승강제) 리그는 물론 유·청소년 리그, i 리그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연맹 박보환 회장이 새로운 당구 100년을 위해 유소년 저변 확대를 최대 과제로 꼽을 만큼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찾아가는 당구 교실과 가족이 함께 하는 당구 페스티벌 등을 진행하며 유·청소년 유입에 힘을 쏟고 있다.
당구는 한때 담배와 짜장면으로 대표되는 '아저씨 종목'이라는 이미지가 강해 청소년 유해 시설로 꼽혔다. 때문에 학교 운동부도 전무했다. 그러나 2017년 당구장이 금연 구역으로 정해지는 등 정화 작업이 이뤄지면서 올해 기준으로 초등부 12개, 중등부 25개, 고등부 45개 등 학교 운동부가 등록됐다.
연맹 나근주 사무처장은 "최근 연맹 사업에 참여한 유·청소년 인원이 전문, 생활 체육을 포함해 2021년 1100명대에서 지난해 1800명대까지 늘었다"고 귀띔했다. 이어 "당구는 아직까지 학교 운동부가 적지만 점점 늘어나고 있고, 연맹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체육계도 인구 절벽 시대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그에 따라 어려운 조건에서도 스포츠의 명맥을 잇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사례에서 보듯 인기 종목이 아니라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올바른 방향의 정책이 필수적이라는 사실도 절감하고 있다. 다음 시리즈에서는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한국 스포츠를 이끄는 기관 단체들이 인구 절벽 시대에 어떤 해법과 대안을 제시할지 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