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까지 막으려면 커피 2400잔 팔아야…버티기 힘들어"

[위기의 서민금융②]
빚내서 버티는 자영업자들…"한계상황" 아우성
대출로 생활비 충당 중인 20대도 다수
불경기·고물가·고금리에 '대출부실' 우려 커져
정부 금융 지원 이어지지만…'재정 부담'

위 사진은 아래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박종민 기자
▶ 글 싣는 순서
①취약계층 '신용 리스크' 하반기 금융 핵심 리스크 되나
②"이자까지 막으려면 커피 2400잔 팔아야…버티기 힘들어"

(계속)

"단순 계산해 봐도 한 달에 커피 2400잔을 팔아야 월세에 대출 이자까지 비용을 막을 수 있는데 무슨 수로 팔아요? 지금은 그냥 버티고 있어요."
 
서울 중심지의 골목상권에서 소규모 개인 커피숍을 운영 중인 30대 김모씨는 이달 초 기자와 만나 "주중에는 보시다시피 사람이 없다"며 한동안 이어진 적자 상황을 그저 견디고 있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 3곳에서 받은 대출금만 6000만 원을 넘어섰는데, 이자를 포함해 매달 나가는 가게 운영비용만 480만 원에 달해 한계 상황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최근엔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 취약계층에 최대 100만 원을 빌려주는 소액생계비 대출(정책금융상품) 가능 여부도 알아봤다는 김씨는 "가게에 들어간 인테리어 비용도 크고, 5년 동안 이 자리에서 쌓아온 게 있어서 쉽게 포기할 수가 없는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여러 곳 빚 끌어다 쓴 자영업자들, '연체 위험'↑

 

김씨처럼 여러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 말 그대로 가게를 떠받치고 있는 자영업자는 한 둘이 아니다. 올해 1분기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680조 2천억 원)과 이들의 가계대출 잔액(353조 5천억 원)을 합친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33조 7천억 원이며, 차주 수는 313만 3천명에 달한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이전인 2019년 말(684조 9천억 원)과 비교하면 50.9%나 급증한 액수다. 이 자영업자 대출 잔액 가운데 71.3%인 737조 5천억 원이 가계대출 기관수와 개인사업자대출 상품 수의 합이 3개 이상인 '다중채무 자영업자'들의 대출분이다.
 
김씨 가게 인근에서 생필품 가게를 운영 중인 남모씨도 정부의 보증 지원 덕에 1·2금융권을 합쳐 3곳에서 대출을 받았다면서도 "대출금으로 밀린 세를 내고 나면 별로 남는 돈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기서 장사하는 상인들 가운데 다수가 월세조차 감당하기 힘든 정도"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6월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 경기부진, 높은 대출금리 등의 상황이 지속될 경우를 가정해 올해 말 자영업자들이 빚을 제 때 갚지 못할 위험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추정한 결과를 실었다. 이미 5영업일 이상 연체가 시작됐거나 세금을 체납한 자영업자의 보유 대출 잔액이 전체 자영업자 대출 잔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연체위험률'로 정의하고 향후 추정치를 내놓은 것인데, 작년 말 2.0%였던 수치가 3.1%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 또는 저신용인 자영업자의 연체위험률은 같은 기간 14.4%에서 18.5%로 치솟을 것으로 추정됐다.
 

취업준비생도 '생활비 대출'…"고물가 부담"

연합뉴스

녹록치 않은 상황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대출에 기대는 건 자영업자 뿐 만이 아니다. 서울의 한 대학교에 재학 중인 24살 김모씨는 최근 청년들의 자금 애로 해소를 위한 정책금융상품인 '햇살론유스'를 신청했다. 연소득 3500만 원 이하인 만 19~34세 청년으로서 취업준비생일 경우 연 4%의 금리로 최대 1200만 원을 대출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자취생인 김씨는 월세를 포함한 생활비가 한 달에 80만 원 가량 나가는데, 이를 충당하기 위해 PC방 관리부터 사무 보조까지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이어왔다. 그러다보니 취업 준비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껴 최근엔 '스펙'을 쌓을 수 있으면서도 돈도 받을 수 있는 공공기관 서포터즈 활동도 해봤지만, 생활이 빠듯하긴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그는 "대외활동을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식비와 교통비 등 어쩔 수 없는 추가비용이 부담스러웠다"며 고민 끝에 대출 상품을 알아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씨가 신청한 햇살론유스는 이미 올해 대출 공급 계획액인 1천억 원을 넘어서면서 정부가 보증재원을 확대해 공급 규모를 두 배로 늘렸다. 그만큼 대출을 필요로 하는 청년들이 많다는 의미다. 김씨는 "주변 친구들 사정도 저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진로 탐색 과정의 활동비가 불가피한데, 물가는 너무 올라서 부담스럽다는 얘기를 서로 많이 한다"고 말했다.
 

서민 금융 지원에도 곳곳서 '부실'…정책금융기관, 대신 갚는 빚 증가세

 
연합뉴스

정부 지원으로 어렵게 대출을 받았지만, 불경기·고금리·고물가 환경 속에서 결국 돌파구를 찾지 못한 이들도 속출하고 있다. 중소기업 전문 정책금융기관인 신용보증기금(신보)의 '소상공인 위탁보증' 관련 통계를 보면, 신보의 보증 지원으로 금융기관에서 비교적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은 소상공인이 상환을 하지 못해 신보가 대신 빚을 갚아주는 대위변제액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추세다. 올해 1분기와 2분기 대위변제액 합산치는 1800억 5800만 원으로, 이미 작년 한 해 동안의 대위변제액(1831억 3700만 원) 규모와 맞먹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소상공인 위탁보증은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에게 신속하게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 금융권 대출(한도 4000만 원) 시 신보가 보증을 선 사업으로, 2020년 5월부터 2022년 1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돼 총 7조 4295억 원의 보증 대출이 공급됐다. 해당 대출은 최대 3년 거치 뒤 분할상환이 이뤄지는데, 2020년 5월 공급분은 지난달부터 원금상환기를 맞으면서 앞으로 대위변제액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희곤 의원이 신보로부터 제출받은 소상공인 위탁보증 관련 자료에 따르면, 당초 올해 기금운용계획안 작성 시 추정됐던 올해 대위변제액 추정 규모는 3646억 원이었는데, 5852억 원으로 수정됐다.

올해 6월 기준 9.17%인 보증 대출의 누적 부실률도 연말엔 14.02%로 뛸 것으로 추정됐다. 이를 토대로 신보는 내년에 약 4500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부족한 재원 충당을 기획재정부에 요청했다. '올해 말 서민 대출 연체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한은의 경고에 무게가 실리는 배경이다. 김 의원은 "경기 회복 속도 등을 고려해 대위변제가 확대되지 않도록 누적 부실 감소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서민 대출 정책 상품인 햇살론의 대위변제 규모도 높은 수준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양경숙 의원이 서민금융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저신용·저소득 근로자 지원 대출로서 여러 햇살론 가운데 공급 규모가 가장 큰 '근로자햇살론'의 5월말 기준 대위변제율은 10.6%였다. 올해 공급된 1조 9405억 원의 해당 대출 가운데 2195억 원은 부실이 발생해 서민금융진흥원이 일단 대신 갚았다는 것이다. 햇살론유스도 같은 시점 기준 1309억 원의 공급액 가운데 대위변제액이 214억 원으로, 작년 한 해 동안의 대위변제액(254억 원)과 비슷한 수준까지 불어났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사회 평균적 삶의 질 회복을 위한 정부의 금융 지원은 불가피한 부분이 있지만, 그게 과도하면 경제 효율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지금의 금융 지원은 위기를 이연시키는 방식으로 한계가 있다. 경제 주체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보다 구조적인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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