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본시장에서 기업사냥꾼 등으로 악명이 높았던 불공정거래 전력자 3명은 코로나19 발병 초기 바이오 관련 허위 신규사업을 추진하기로 공모했다. 이들은 신약개발사인 A사를 인수하고 A사 개발 약품의 임상시험 통과 가능성을 적극 홍보했다. 또 제휴업체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정보를 흘려 A사 주가를 띄웠다. 하지만 A사와 신약개발사 간 양해각서(MoU)는 최종 결렬됐고 A사의 임상투자도 중단됐다. 이 과정에서 불공정거래 전략자 3명은 A사의 사모 전환사채(사모CB) 전환 주식을 고가로 매도해 120억원을 불법 편취했다.
금융감독원은 올해초부터 사모CB를 악용한 불공정거래 의심 사건 40건를 발굴해 이 중 14건에 대한 조사를 완료하고 불법행위를 한 33명을 검찰에 수사의뢰했다고 25일 밝혔다. 관련 부당 이득 규모는 840억원에 달한다.
사모CB는 발행이 쉽고 공시규제 등이 상대적으로 완화돼, 사모CB 발행‧공시를 통해 대규모 자금조달 및 신사업 투자유치가 이루어진 것처럼 가장하는데 악용될 수 있다.
금감원은 사모CB 발행이 급증하고 불공정거래에 악용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자 올해 초부터 불공정거래에 대한 기획조사를 시작했다.
금감원은 최근 사모CB 발행이 빈번했던 상장기업 중 CB 발행‧전환 시점의 공시‧주가 등을 분석해 불공정거래 개연성이 의심되는 40건을 조사대상으로 선정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조사대상 40건 중 14건에 대한 조사를 완료했다"며 "패스트트랙 등을 거쳐 11건을 형사고발 등 조치 완료하고 3건은 최종 처리방안을 심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조치 완료된 11건의 부당이득 규모는 약 840억원 규모이며 불공정거래 전력자 등 혐의자 33명도 검찰에 이첩됐다.
전환CB를 악용한 불법행위 유형 중에는 코로나19 관련 사업 등 허위 신규 사업 진출을 발표하거나 대규모 투자유치를 가장해 투자자를 속이는 부정거래 혐의가 10건으로 가장 많았다.
CB 전환주식을 고가에 팔 목적으로 부정거래와 함께 초기 주가 모멘텀을 형성하기 위한 시세조종 혐의도 포착됐다.
또 악재성 중요정보가 시장에 퍼져 주가가 급락하기 전에 전환 주식을 미리 매도하는 등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도 발견됐다.
특이할 만한 점은 조사대상자 중 상습 불공정거래 전력자와 기업사냥꾼이 연루돼 있는 경우가 전체 40건 중 25건(62.5%)에 달했다.
국내 자본시장을 교란하고 부당이득을 편취하는 주요 수단으로 사모CB가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사모CB 발행 당시 유행했던 테마사업 신규 진출 또는 사모CB 등을 통한 대규모 투자유치를 가장해 투자자들을 현혹한 경우가 40건 중 32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백신‧치료제 개발, 진단키트‧마스크 제작 등 코로나19 관련 또는 바이오 허위 신규사업 진출을 발표한 사례도 적발됐다.
또 CB 발행 과정에서 담보제공‧사채자금 이용 사실을 은폐하거나, 납입 가능성이 없는 사모CB 발행을 공시하는 등 대규모 자금을 성공적으로 조달한 것처럼 가장한 사례도 있었다.
조사대상 기업들 중 상당 수는 허위 사모CB 발생으로 인한 상장폐지, 관리종목 지정, 경영악화 등의 투자자 피해를 일으켰다.
관련 종목 중 현재 상장폐지된 기업은 4개사이며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기업은 14개사에 달했다.
직전 연도 대비 매출액 또는 영업‧순이익도 30% 이상 감소하는 등 경영상황이 악화된 기업도 11개사나 됐다.
금감원은 조사‧공시‧회계‧검사 등 자본시장 전 부문이 참여하는 '사모CB 합동대응반'을 구성하고 사모CB 관련 점검대상 및 점검 결과를 상호 공유하는 한편, 보강된 조사인력을 집중 투입해 속도감 있게 사모CB 기획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공시‧회계‧검사 등 자본시장 부문 공조 체제를 활용해 불공정거래 카르텔을 끝까지 추적하여 엄단하겠다"며 "동시에 금융위원회와 긴밀히 협업해 사모CB가 건전한 기업 자금조달 수단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