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가 2015년 이후 9년 만에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추진 카드를 꺼내면서 실제 완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각에선 원전 완공까지 10~15년가량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송전설비 확충 등 제반 시설을 갖추기 전에 정권교체 등 외부 변수로 인해 무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에너지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전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 기조를 넘어 신규 원전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산업 육성과 IT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확충 등으로 향후 전력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것에 대비하는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정부는 오는 2024부터 2038년까지 적용될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추진 방향과 관련해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시사했다. 전기본은 전기사업법을 바탕으로 2년 마다 향후 15년 간 적용되는 계획으로, 에너지 비율과 송·변전 설비 구성 등이 포함된다.
제11차 전기본은 당초 계획보다 6개월 정도 시점을 앞당겨 오는 2024년 7월쯤 수립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10일 산업부 이창양 장관은 제29차 에너지위원회에서 "원전, 수소 등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 공급 여력을 확충할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신규 원전 건설 추진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신규 원전 건설안이 제11차 전기본에 포함될 경우, 신한울 3·4호기 추진안을 담았던 지난 2015년 7차 전기본 이후 9년 만에 신규 원전 건설이 추진되는 셈이다. 산업부는 재생에너지와 함께 신규 원전 등을 통해 비용 대비 효율이 높은 전원 믹스를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원전은 무탄소 전원으로 비용 대비 효율이 가장 높은 수단 중 하나로 꼽힌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전력거래금액의 경우, 원전은 8조7802억원을 기록했다. 유연탄이 29조1722억원, LNG(액화천연가스)가 38조1970억원 등에 달했던 데 비하면 원전은 3분의 1수준이다.
반면, 지난해 전력거래량의 경우 원전은 16만7102GWh(기가와트시)로 유연탄(18만3875GWh), LNG(15만9605GWh) 등과 큰 차이가 없었다. 원전이 다른 연료들과 비교할 때 비슷한 용량의 전력을 생산하면서 단가는 약 30% 안팎에 불과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전을 통한 전력 생산에는 방사성폐기물 처리장과 송‧배전 설비, 출력 조절 설비 등 다양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점에서 현실화까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원전 부지와 방폐장 장소 등은 해당 지역 주민들의 동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정치적인 변수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원전은 최종 건설까지 10~15년 정도 소요되는 장기 사업인데 그 사이에 송전망 설비를 갖추기까지 주민 동의 등 쉽지 않은 여정들이 있다"며 "원전 자체가 경직성 전원인 데다 우리가 사용하는 APR1400은 출력 조절이 안 되기 때문에 자칫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했다.
10년 이상 소요되는 장기 프로젝트인 원전 건설 사업이 추진 도중 정권교체 등 정치적 변수로 인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정부와 원전 사업자 사이에 신뢰가 있어야 지속되는 사업인데 이미 지난 정부에서부터 이미 그 신뢰가 깨지면서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권이 바뀌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등 암암리에 불안 요소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