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익충이라지만 없어지니 속시원해요."
서울 용산구에 사는 이모(33)씨는 "집 안까지 침투했던 러브버그가 2주 전부터 사라지기 시작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은평구에서 마포구로 출근하는 김수연(30)씨도 "걷다 보면 러브버그가 우산과 몸에 붙을 정도로 많았고 흰 벽마다 모여있었는데 이제는 사라졌다"고 했다.
지난달 서울 서북권을 시작으로 순식간에 시내 전역을 뒤덮었던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가 짧은 생애주기와 거센 장맛비를 이기지 못하고 대부분 사라졌다.
국립생물자원관 기후환경생물연구과 박선재 연구관은 러브버그의 경우 암컷이 최장 1주일, 수컷은 3일가량 산다고 전했다.
박 연구관은 "6월15일 최초 민원 보고부터 약 2~3주간 러브버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며 "러브버그는 1년에 한 번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내년에 다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의 경우 러브버그가 7월 초순부터 1주일간 집중적으로 나타났지만 올해는 6월 중순부터 차례로 출몰하다가 6월 하순부터 7월 초순 사이 자취를 감췄다고 은평구청 관계자는 전했다.
러브버그는 사라졌지만 한숨 돌릴 새도 없이 이제는 모기가 기승을 부린다고 시민들은 토로했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29)씨는 "7월 중순 한 차례 쏟아진 폭우 이후 러브버그가 사라져 행복하다"면서도 "모기가 늘어나 '모 아니면 도'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오모(25)씨는 "최근 남산에 올랐다가 하루 만에 모기에 30여 군데 물렸다. 블라우스 안으로도 파고들어와 등까지 물었다"며 "연고처럼 바르는 모기 기피제를 매일 들고 다닌다"고 말했다.
엔데믹으로 야외활동이 늘어 모기가 많아졌다고 느끼는 이도 있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박모(25)씨는 "작년까지는 모기에 많이 물리지 않았는데 올해는 외부 활동이 잦아져 모기를 더 자주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올해 관찰된 모기는 지난해보다 많다.
25일 질병관리청의 '권역별 기후변화 매개체 감시 현황'에 따르면 7월 2~8일 전국 도심·철새도래지의 모기 트랩지수는 87.5개체로 평년(2018~2022년)보다 12.8% 감소했지만 전년보다 83.7% 증가했다.
트랩지수는 모기 유인 포집기(트랩) 한 대에서 잡힌 모기 개체 수를 뜻한다.
도심으로 범위를 좁히면 트랩지수는 68.2개체로 평년보다 10.2%, 지난해보다는 98.5% 늘었다.
종별로는 도심에 주로 서식하는 빨간집모기의 트랩지수가 48.1개체로 평년보다 57.1%, 작년에 비하면 121.5% 폭증했다.
40년간 모기를 연구해온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교수는 "폭우로 하천이 범람하면 모기 유충도 쓸려가기 쉽지만 빨간집모기의 경우 정화조나 하수도, 지하실에 살기 때문에 영향을 적게 받는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모기는 폭염에 약한데 최근에는 흐리고 비 오는 날이 많아 모기가 살기 좋은 환경이 됐다"고 했다.
이달 들어 24일까지 서울시가 모기 활동지수를 가장 높은 '불쾌'로 예보한 날은 모두 20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일보다 8일 많았다.
지구온난화로 모기가 살기 좋은 환경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진화·계통유전체학 연구실 관계자는 "예전에는 장마에만 비가 왔다면 한반도가 아열대성 기후로 변해 비가 자주 오고 있다. 모기가 서식할 수 있는 물이 고인 환경이 많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장기 추세로 모기 개체 수가 늘어날 수 있다. 동남아에 주로 사는 모기가 유입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