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휴먼스 랜드
"우리는 대한민국 서울. 노 휴먼스 랜드에 도착했다."
가까운 미래. 2044년 전 세계에 폭염과 폭설, 가물과 한파 같은 대규모의 기후 재난이 발생한다. 치명적인 대기근이 닥치고 기후 난민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2050년 다시 한번 기후 재난이 몰아치자 유엔기후재난기구(UNCDE)는 기후 문제 해결을 위해 세계 곳곳에 사람이 살지 않는 땅인 '노 휴먼스 랜드'를 지정하고, 한국은 국토 전체가 '노 휴먼스 랜드'로 지정돼 모든 사람들이 떠난다.
그로부터 19년 후인 2070년 기후 난민 출신인 주인공 미아는 은밀한 청탁을 받고 '노 휴먼스 랜드 조사단'에 '시은'이라는 이름으로 잠입한다. '시은'이 된 미아가 조사단원들과 황폐한 대한민국 서울에 도착하는 장면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근미래에 있을 법한 일로 정교한 세계를 만들어 내는 힘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으며 제3회 창비X카카오페이지 영어덜트 소설상 대상을 수상한 작품 '노 휴먼스 랜드'는 아무도 없는 서울, 그곳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존재들을 둘러싼 SF 재난 블록버스터다.
초반부터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서사와 압도적인 몰입감은 쉼 없이 몰아치는 미스터리로 읽는 이로 하여금 끊임 없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놀라운 반전과 스펙터클한 서사는 SF 장편영화를 보는 듯하다.
낯선 구덩이에 빠져 죽음을 맞은 조사단원, 거대한 새가 나타나 일행을 낚아채 간다. 노 휴먼스 랜드에 불법 거주민들을 발견하고, 이들 대상으로 중독되는 자아의 경계를 흐리게 해 배려심과 이타심을 키우는 유전자 변형 식물 '플론'을 살포하는 의문의 연구원. 이를 세상에 폭로하려 하자 자신에게 조사단 잠입을 제안한 X가 등장하고, 세상은 거대한 진실과 또 다른 비밀을 마주한다.
근미래에 기후 위기로 황폐해진 우리 삶과 친숙한 대한민국 서울을 배경의 한가운데에 몰아넣고 SF 영화를 보는 듯한 시각적 공감, 의문의 사건들과 서스펜스, 복선이 이어지며 결말을 향해 내달리는 주인공의 차분함은 책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김정 지음ㅣ창비ㅣ31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