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운이 좋아서 살아남았네요"…순천도 서이초 교사 추모 행렬

'서울 서이초 교사' 전남 순천 분향소 마련돼
동료 교사부터 순천교육청 교직원, 학생 등도 추모
순천만생태문화교육원 분향소 28일까지 운영

순천만생태문화교육원 1층에 마련된 '서이초 교사 합동분향소'. 박사라 기자

"운이 좋아서 살아남은 교사입니다. 얼마나 괴롭고 힘드셨을까요."

하늘도 슬펐는지 비가 쏟아진 24일, 전남 순천만생태문화교육원 1층에 마련된 '서이초 교사 합동분향소'에는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지난 22일부터 전남도교육청과 전남교육노조가 마련한 추모 공간은 동료 교사부터 학부모, 학생들의 애도 물결로 채워졌다.

분향소 마지막 날로 알려진 이날 오전까지도 동료 교사들이 보낸 근조화환이 도착하고 있었다.

교사 3년차인 A(27)씨는 "지금 안전하게 지내고 있다는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하곤 했다"며 "다같이 이 상황을 타개하려고 노력을 해야 하는데 하루하루 너무 바쁘니까 오늘 하루 무사히 넘어가는 것에 안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저 또한 지난해부터 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난청이 생겼고, 정신과 약을 복용하고 있다"며 "선배 교사들 중에도 정신과 상담을 받는 분들이 많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 퇴직 교사는 전날 추모 공간이 너무 어두컴컴하다며 조명과 음향기기를 자진해서 설치해 놓기도 했다.

합동분향소에 적힌 추모 메시지. 박사라 기자

분향소 한 벽면은 조문객들이 정성스럽게 적어 놓은 쪽지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선후배 교사들은 동료를 먼저 떠나보낸 가슴먹먹한 심정을 메모지에 꾹꾹 눌러 적었다.

적힌 글들은 교권침해로 무너진 교육 현장의 아픔을 고스란히 비추는 듯 했다.

'후배님, 시간을 되돌려 선생님을 만날 수 있다면 결코 선생님의 잘못이 아니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어요. 지켜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요'

'저는 휴직을 택한 교사입니다. 너무 힘드셨죠. 얼마나 고통 받으셨을지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알면서도, 당하면서도, 침묵하고 견뎌내기만 한 선배 교사로서 정말 미안합니다'

'예비교사를 둔 엄마입니다. 선생님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삐뚤빼뚤한 글씨로 쓴 초등학생들의 메시지도 눈에 띄었다.

'선생님, 하늘에서 편히 쉬세요.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24일 오전 순천교육청 임종윤 교육장과 김진남 도의원을 비롯한 교직원들이 분향소를 찾아 추모했다. 박사라 기자

같은 시각 순천교육청 임종윤 교육장을 비롯한 전남도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진남 도의원, 교직원들도 분향소를 찾아 추모의 뜻을 전했다.

그동안 상임위에서 교권 회복과 심리 치료 필요성을 제기했던 김진남 의원은 "비통하다"며 "교권 회복을 넘어 학교 교육 현장의 회복이 일어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남에는 순천만생태문화교육원과 전남도교육청 정문 두 곳에 분향소가 마련돼있다.

임종윤 순천교육장은 멀리서 찾아오지 못하는 교직원들을 위해 이날 오후 4시까지 운영하기로 했던 분향소를 28일 오후 4시까지 연장 운영하도록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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