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도 영화로?…영비법, 콘텐츠 중심으로 개정될까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 21일 개최한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윤덕과 함께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 방안 토론회'. 영화진흥위원회 제공
영화의 정의를 새로 세울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지난 21일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윤덕과 함께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 개정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영화와 비디오물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2006년 제정된 영비법은 그간 여러 차례 개정됐지만, 현행법이 빠르게 발전하는 미디어 환경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특히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영비법을 체계적으로 정비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영비법 전면 개정 방안: 영화와 비디오물의 통합 입법 방안'라는 주제로 첫 번째 발제를 맡은 황승흠 국민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는 "비디오 산업이 쇠락하고 OTT 온라인 플랫폼이 성장하고 있는데 현행 법체계는 이를 따라가고 있지 못하다"며 "영비법에 명시된 '비디오물' 정의를 폐지하고 영화와 비디오물 간 체계를 통합한 영화의 정의를 새로 세울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현재 영비법은 영화를 '영화상영관 등의 장소 또는 시설에서 공중에게 관람하게 할 목적으로 제작한 것'으로 정의해 영화의 유통 방식과 커뮤니케이션 유형을 한정하고 있다. 이 같은 정의가 극장뿐만 아니라 OTT 서비스 등 1대1 영화 소비가 많은 실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영화를 '영화상영관 등에서 상영하거나 판매나 대여 또는 정보통신망을 통해 시청에 제공할 수 있도록 제작된 것'으로 새로 정의해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와 OTT 등 온라인으로 유통되는 영화까지 모두 포함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현행법은 OTT 콘텐츠를 영화가 아니라 '온라인 비디오물'로 분류한다.
 
노철환 인하대 연극영화학과 교수는 '영화 정의 관련 해외 법제 사례'를 들며 "호주는 영화를 '게임, 광고를 제외한 모든 매체에 기록된 모든 영상물'로 정의하고 캐나다나 싱가포르 등 주요 선진국도 영화법상 영화를 넓게 정의한다. 콘텐츠 중심으로 모든 매체를 아우르는 영상물의 통합 개념으로서 영화를 법적으로 다시 정의할 근거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영화진흥위원회 박기용 위원장. 영화진흥위원회 제공
발제 이후 이어진 토론에서도 영화의 정의를 비디오물과 통합하는 방향으로 영비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은주 한국영화인총연합회 정책실장은 "영비법이 제정된 2006년과 지금의 영화 산업 환경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변했다"며 "미래 영화 산업을 반영할 수 있는 용어의 선택과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은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회장은 유통 방식 중심에서 콘텐츠 중심의 정의로 전환하자는 황 교수의 발제 의견에 동의했다.
 
토론자들은 무엇보다 고갈 위기에 처한 영화발전기금(이하 영발기금) 재원 마련을 위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 실장은 "영화 산업이 심각한 위기에 봉착함에 따라 영발기금 이외에도 별도 국고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 신설과 안정적으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법 제정도 절실히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이 회장도 "상영관 입장권 부과금 징수 의무를 넘어서는 명확한 영화 진흥 재원 마련에 대한 조항을 포함해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영발기금은 영화상영관입장권 부과금으로 관객 입장료의 3%를 징수해 조성된다. 영발기금은 전국의 영화 제작과 유통을 지원하고,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등에서 영화인을 키우는 데 쓰인다. 매년 500억 원대였던 규모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영화관 수입이 급감하면서 2020년 이후 100억 원대로 대폭 줄어들었다. 당장 올해 말 영발기금 고갈이 예상되는 만큼 영화계에서는 국고 지원이나 새로운 재원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부분이 개정안의 취지에 동의했지만, 보다 신중한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정화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대표는 "규제 의무가 기존 영화에는 그대로 적용되지만, 새롭게 통합되는 OTT 등에는 적용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고영재 한국독립영화협회 대표는 "실질적인 진흥 정책이 없던 기존 비디오물을 영화로 통합했을 때 지원 정책이 모호해진다"며 "첫 장편 영화 제작에 대한 지원 등 인력 지원을 가장 우선순위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섭 한국영화관산업협회 협회장은 "OTT 성장에도 대다수의 영화는 영화관에서 개봉하기 때문에 '극장용 영화'는 따로 구분해 지원·규제할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번 토론회를 마련한 영진위 박기용 위원장은 "팬데믹으로 인한 극장 위기로 영화 산업이 더는 극장 중심이 아니게 됐다"며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오늘 토론회가 한국 영화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실마리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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