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빌라·오피스텔 98채를 아들·딸·사위 명의 등으로 매입하고 전세사기 행각을 벌인 일가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인천 계양경찰서는 사기 등 혐의로 A(62)씨와 공인중개사 등 2명을 구속하고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4일 밝혔다.
인천·부천 등지서 무자본 갭투자·명의신탁 방식으로 주택 매입
이들은 2019년 6월부터 인천 부평·남동·서구와 경기 부천·안성 등지에서 1억~2억원대에 빌라와 오피스텔 98채를 사들인 뒤 세입자 98명으로부터 받은 전세금 약 87억원을 계약기간이 종료된 이후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A씨는 가족 명의를 빌려 주택을 구입하면서 부족한 매매대금은 전세금으로 채우는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주택을 매입했다. 이후 전세계약이 만료됐는데도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았다.
이들은 또 신탁회사로부터 대출을 받은 자금으로 주택을 매입해 대출금을 갚을 때까지 신탁회사가 부동산 소유권을 갖는 '명의신탁' 방식으로도 주택을 사들였다.
피해자들은 A씨 또는 그의 차명 소유자와 전세를 계약했지만 실제 소유자는 신탁회사이기 때문에 임차인들이 확정일자 확인 등의 전세 관련 수속을 마치더라도 엉뚱한 곳과 계약을 맺은 게 된다. 세입자들이 불법점유자가 되는 계약 구조여서 보증금 등을 돌려받으려고 해도 사실상 받을 수 없다.
피해자 대부분 사회초년생·외국인 등 사회적 약자
A씨는 부동산분양대행·임대 법인을 운영했지만 금리가 오르고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취득세 등 세금을 내지 못하게 되자 딸과 부인, 사위 명의로 부동산을 구입해 세입자를 끌어모았다.
A씨와 공모한 공인중개사들은 세입자에게 "아무 문제가 없으며 문제가 생기면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속여 전세 계약을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
98채 중 61채는 계약기간이 만료됐지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고 32채는 경매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들에게 속은 피해자들은 대부분 사회초년생이거나 저소득층, 외국인 등이었다.
경찰은 우선 가담 정도가 큰 주범 2명을 구속했으며 추가 피해 상황도 확인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