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통령 관저 선정 과정에서 풍수전문가가 공관을 다녀갔다는 정황이 나오면서 여야가 또다시 '무속 프레임' 공방을 이어가며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여야 주요 인사 모두 과거 해당 풍수전문가로부터 조언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역술인 천공의 관저 선정 개입 의혹을 수사해온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가 천공이 아닌 백재권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교수가 지난해 3월 육군참모총장 공관에 다녀간 정황을 포착했다. 경찰은 '천공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결론짓고 조만간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22일 논평에서 "민주당 주장과 달리 지난 3월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방문했던 이는 역술인이 아닌 풍수지리학 전문가인 백재권 교수였음이 밝혀졌다. 그러자 민주당은 금세 말을 바꿔 조선시대 왕실 터를 정하듯 풍수가가 대통령 관저를 정했다며 또다시 근거 없는 맹공을 퍼붓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백재권 교수는 풍수지리학 석사, 미래예측학 박사로서 풍수지리학의 최고 권위자로 불리며, 그간 풍수지리학에 대한 다수의 자문을 해왔다.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뿐 아니라, 이재명 민주당 대표 부부와도 만나 풍수지리에 대한 조언을 한 것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라고 더불어민주당을 몰아세웠다.
그러자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같은 날 국회 브리핑에서 "대통령의 관저를 선정하는 것은 개인이 부동산을 둘러보러 다니는 것이 아니다. 중대한 국정 사안이다. 중대한 국정 사안을 풍수지리가의 조언을 들어 결정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라며 대통령실의 해명을 촉구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떳떳했다면 천공 개입 의혹이 터졌을 때 왜 숨겼나? 대통령실은 왜 지금 침묵하고 있나? 대통령실도 비상식적이고 불합리한 일이기 때문에 감추려 한 것 아닌가?"라며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야당이 풍수지리가에게 무속인의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고 강변하니 기가 막힌다"라고 반발했다.
민주당은 향후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백재권 교수 문제를 다루겠다는 방침이다. 운영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무속, 풍수지리 논란은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때부터 불거졌던 문제이고, 향후 비선실세 논란과도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반드시 운영위에서 적극 다룰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여야는 김건희 여사 일가가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논란 등으로 운영위 의사일정도 합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