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저녁,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 맨 꼭대기 층인 4층 뒷줄까지 가득 채운 1만 7천 관객 앞에서 선 그룹 세븐틴(SEVENTEEN)은 신곡 '손오공'으로 포문을 열었다. "많은 시련"을 "보란 듯"이 항상 이겨낸("I Always Win) 세븐틴은 "끝까지 가보자"고 외쳤다. "아이 러브 마이 팀 아이 러브 마이 크루"(I Luv My Team I Luv My Crew)라는 가사처럼, 팀을 향한 애정도 곳곳에서 묻어났다.
세 번째 월드 투어 '비 더 선'(Be The Sun) 이후 13개월 만에, 새 투어 '팔로우'(FOLLOW)가 시작됐다. 세븐틴은 특유의 기분 좋은 긍정 에너지를 가득 선사할 수 있도록 세트리스트를 짰다. '어떻게 하면 캐럿(공식 팬덤명)을 위해 더 좋은 공연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하나만 두고 골몰한 세븐틴은, 공연을 코앞에 두고 세트리스트를 바꿨다. 총괄 리더 에스쿱스는 이를 해낸 멤버들만큼이나, 스태프들 역시 고생을 많이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첫날 공연이 열린 21일 서울은 한때 체감온도가 35도에 이를 정도로 무척 더웠다. 세븐틴 우지는 "무더위를 다 이겨낼 만큼 재미있게 준비 많이 했다"라고, 에스쿱스는 "밖이 많이 더운 걸 너무 잘 안다. 그걸 다 잊게끔 더 열심히 하겠다"라고 말했다. 디노 역시 "정말 멋있는 무대들이 준비돼 있다"라며 많은 기대를 당부했다.
플로우부터 4층까지 많은 객석을 보유한, 동시에 무대와 객석 간 거리가 상당한 고척돔의 특성을 고려해 크고 넓은 대형 화면을 준비했다. 소속사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이번 공연 LED 전광판은 지난 '비 더 선'(BE THE SUN) 때보다 1.5배나 커졌다. 에스쿱스는 "저희가 캐럿분들을 위해서 전광판을 좀 크게 해 봤다"라고 덧붙였다.
무더위를 날려버릴 만한 멋진 무대를 보여주겠다는 예고대로, 세븐틴은 세븐틴이라는 팀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대표곡 퍼레이드를 이어갔다. '울고 싶지 않아' '퍽 마이 라이프'(F*ck My Life) '고맙다' '홈;런'(HOME;RUN) '레프트 앤 라이트'(Left & Right) '뷰티풀'(BEAUTIFUL) '아낀다' '어른 아이' '애니원'(Anyone) '굿 투 미'(Good to Me) 등 총 25곡으로 꽉 채운 세트리스트를 선보였다.
보컬팀, 퍼포먼스팀, 힙합팀이 각각 선보인 무대에서도 개성이 잘 드러났다. 건강 문제로 이번 투어에 불참한 승관을 빼고 정한, 조슈아, 우지, 도겸으로 이루어진 보컬팀은 '먼지'와 '바람개비'를 불렀다. 깃털 구조물을 배경으로 스탠딩 마이크를 가지고 나타난 보컬팀은 이번 무대를 통해 미성과 아름다운 화음을 자랑했다. 포근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바람개비'에서는 특히 우지가 눈에 띄었다. 감정 표현이나 강약 조절 면에서 단연 뛰어난 안정성을 보여줬다.
에스쿱스, 원우, 민규, 버논으로 이루어진 힙합팀은 '백 잇 업'(Back it up)과 '파이어'(Fire) 무대를 펼쳤다. 붉은 가죽 잠바 차림으로 시선을 모은 이들은 흥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다. 잔뜩 달아오른 무대에서 젖 먹던 힘까지 쓰는 듯한 느낌이었다.
공연 중반부, 가장 '세븐틴다운 구간'이 열렸다. '홈런' '레프트 앤 라이트' '뷰티풀' '아낀다'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것은 축제인가 콘서트인가"라는 말처럼, 컨페티가 흩날리는 등 놀이공원을 연상케 하는 화려한 화면과 폭죽 소리가 어우러진 가운데 즐거운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왼쪽 왼쪽 오른쪽 오른쪽" 하며 방향을 맞추는 구호가 재미있었던 '레프트 앤 라이트'는 이날 나온 곡 중 가장 신나는 곡이었다. 무대를 보면서 공연에 최적화된 노래라고 느꼈다.
잘 모르고 있다가 이번 공연에서 매력을 확인한 곡은 '애니원'이었다. 미니 8집 '유어 초이스'(Your Choice)에 수록된 '애니원'은 리드미컬한 비트 아래 한층 성숙해진 세븐틴의 보컬 표현력을 들을 수 있는 곡이었다. 장엄한 분위기 속에서 '애니원 애니원'이라고 반복하는 파트가 금세 귀에 꽂혔다. 후렴 부분의 절도 있는 안무도 눈에 들어왔다.
본무대 마지막 곡이었던 '핫'(HOT)은 세븐틴의 열정이 활활 타오르는 노래였다. 기타 연주가 두드러진 가운데 마치 양탄자를 탄 채 용암을 빠져나가는 듯한 시점으로 구성된 화면이 재미있었다. 속도감과 묵직함을 모두 가져가는 '핫'에서는 팬들의 딱딱 맞는 응원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였다.
이날 공연에는 멤버 승관이 불참했다. 컨디셔 난조로 활동 중단 상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멤버들은 계속해서 자연스럽게 승관 이야기를 꺼냈고, 승관 역시 직접 공연장을 찾아 대기실에서 멤버들을 응원했다. '승관 하면 귤'이기에 그를 떠올리는 오렌지색을 드레스 코드로 잡았다거나, 요즘 하루에 만 보씩 걷고 있다는 근황을 전하는가 하면, 팬들과 함께 승관의 이름을 응원법처럼 따로 외치는 시간을 마련했다. 도겸은 '바람개비' 무대가 끝나고 "승관아, 보고 싶다"라고 그리움을 전했으며, 단체 사진 찍을 때도 원우 옆자리를 승관의 자리로 비워뒀다.
1만 7천 관객과 함께한 '팔로우' 투어 서울 공연은 22일에도 열린다. 또한 세븐틴은 오는 9월 6~7일 도쿄돔을 시작으로 11월 23~24일 베루나돔(사이타마), 11월 30일부터 12월 2~3일 반테린돔 나고야, 12월 7일과 9~10일 교세라돔 오사카, 12월 16~17일 후쿠오카 페이페이돔 등 일본 5개 도시에서 '팔로우 투 재팬'('FOLLOW' TO JAPAN)을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