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교사 오늘 새벽 발인 엄수…다시 불붙은 '교권 추락'[정다운의 뉴스톡]

사망 원인 둘러싸고 각종 의혹 제기…유가족 "원인 꼭 밝혀내야"
경찰, 서이초 교장 등 교사 참고인 조사 예정
"누구 하나 죽어야 교육현장 바뀌나"…전국적인 추모 행렬
교육부, "교사들의 정당한 교육 보장하기 위해 관련 제도 정비"


[앵커]
학교에 갓 부임한 20대 중반 교사 A씨가 학교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학부모 갑질 의혹부터 확인되지 않은 소문까지 무성한데요.

오늘 유족만 참석한 가운데, 조용히 고인의 발인이 진행됐습니다.
 
이 사건을 취재 중인 사건팀의 양형욱 기자와 함께 각종 의혹과 교권 추락의 실태를 짚어보겠습니다. 
 
양형욱 기자, 어서오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사건의 개요부터 간단히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20대 중반 여교사 A씨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A씨가 지난주 학부모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등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으로 힘들어했다며 학부모 갑질 의혹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앵커]
유가족들도 어제 기자회견을 통해 '학부모 갑질' 의혹을 제기했나요? 
 
[기자]
학부모의 갑질 의혹을 콕 찝어서 제기한 것은 아니고요. 그것을 포함해 악성 민원은 없었는지, 업무는 너무 과중하지는 않았는지 등 이번 죽음의 진상을 밝혀달라고 호소했습니다. 
 
A씨 외삼촌의 말을 들어보시죠. 
 
[인서트] A씨 외삼촌
"흔히 말하는 학부모 갑질이든, 악성 민원이든, 아니면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든, 그것이 이번 죽음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밝혀져야…"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추모객이 담임 교사 A씨를 추모하며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앵커]
학교는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경찰과 학교 모두 매우 신중한 입장입니다. 그러면서 제기되는 의혹 중에서 명확히 사실이 아닌 부분들을 바로 잡았는데요, 
 
예를 들면, A씨가 00년생 신입교사였다는 것이나 A씨가 맡은 학급에서 한 학기 동안 2번 담임이 교체됐다는 의혹은 학교 측이 명확히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앵커]
나머지 의혹들은 좀 진상이 규명된 게 있나요? 
 
[기자]
아직 사실 확인이 필요한 의혹들도 몇 가지 있습니다. 먼저 학교폭력 피해 학생의 부모가 A씨에게 과도한 민원을 제기했다는 의혹입니다. 
 
우선 학교는 어제 공문을 통해 'A씨가 맡은 학급에서는 올해 학교폭력신고 사안이 없었으며 
학교폭력과 관련하여 해당 교사가 교육지원청을 방문한 일도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학교폭력 신고가 없었을 뿐, 지금까지 취재를 종합하면 A씨의 학급에서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의 이마를 연필로 그은 사건 자체는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서울교사노조는 20일, 21일 A씨의 동료 교사들의 제보라며 '학부모 갑질 의혹'을 구체적으로 제기하고 있는데요. 
 
내용을 살펴보면, 이번 사건과 관련해 피해학생의 학부모가 교무실로 찾아와 "교사 자격이 없다"는 등 폭언을 하거나 한 학부모가 "나 누구 아빠인데 나 뭐하는 사람인지 알지? 나 변호사야!"라고 하는 등 과도한 민원을 제시한 사실이 있었다고 합니다. 
 
또 어제 학교 측이 발표한 공문이 학부모회의 요청으로 일부 수정됐다는 의혹도 있는데요, 이 역시 정확히 확인된 바는 없습니다. 
 
[앵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찰도 적극적인 수사에 들어갔다고요? 
 
[기자]
네 맞습니다. 교사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이 커지는 만큼 경찰은 적극적인 수사를 통해 죽음 이면에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확인할 예정입니다. 
 
당장 서이초 교장과 교감 등을 포함해 학교 관계자들을 상당수 불러 참고인 조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다만, 경찰도 이번 사건으로 인해 학생과 학부모들이 받을 충격을 감안해 신속하면서도 최대한 조용히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입니다. 
 
21일 서울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마련된 서이초등학교 교사 A씨 분향소에서 한 추모객이 슬퍼하고 있다. 연합뉴스

[앵커]
경찰 조사는 좀 차분히 지켜봐야 겠네요. 학교 앞에 다수의 조화와 국화꽃이 있다던데, 추모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기자]
교사들은 학부모들의 과도한 민원으로 힘들었던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며 A씨의 죽음을 자기 일처럼 안타까워 했습니다. 
 
A씨를 추모하기 위해 서이초등학교를 찾은 한 교사의 말을 들어보시죠.
 
[인서트]
"정말 누구 하나 죽어야 이런 교육 현장이 바뀌려나 하는 얘기를 선생님들이 정말 많이 하셨거든요. 신규 선생님이 이렇게 가시게 되었다는 게 너무 애통하죠."
 
어제부터 전국 곳곳에서 보낸 추모 화환들이 학교 인근 인도에 놓였습니다. 
 
오후 3시쯤 경찰들이 도로 위에 임시 통행로를 마련할 만큼 추모 화환들이 학교 주변을 가득 메웠고요. 
 
검은 복장을 한 교사, 시민 등 추모객들이 전국 곳곳에서 학교로 모여 학교 정문, 후문, 임시 분향소 등에 흰 국화꽃을 두거나 추모 글귀를 남기고 갔습니다. 
 
오늘은 서울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분향소가 마련됐는데요. 어제와 마찬가지로 검은 옷과 마스크를 쓴 교사와 시민들이 분향소를 찾아 애도의 뜻을 표했습니다. 
 
교사 스스로 오롯이 업무 스트레스, 학부모의 악성 민원 등을 감당하는 현실이나 교권 추락 논란은 어제 오늘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이처럼 전국 교사들이 고인의 죽음을 함께 슬퍼하는 것은 A씨의 죽음이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학교에서는 이미 해묵은 문제가 결국 극단적 선택으로까지 이어졌다는 공감대가 생겼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A씨에 대한 장례는요?
 
[기자]
장례는 철저히 비공개로 이뤄졌고요
오늘 새벽 유가족만 참여한 가운데, A씨의 발인이 엄수됐다고 합니다.
 
[앵커]
교사들이 이번 사건으로 교사 인권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교육부 대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이번 사건 뿐 아니라 지난달 30일에는 서울 양천구 한 초등학교에서 6학년 담임교사가 교실에서 제자에게 전치 3주의 심한 폭행을 당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교사들이 학교에서 인권을 보호받지 못하는 배경으로 교권침해가 자리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교육부에 따르면, 작년 3천 건이 넘는 교육활동 침해 행위가 발생했는데요.
 
교사들이 학생들의 생활 지도를 위해 아이들을 혼내면 학부모들이 민원을 넣거나 아동학대로 신고하다 보니 교사들의 교육권이 위축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교육부는 오늘 서울 서초구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서 간담회를 열어 학생인권조례를 정비하고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장하도록 관련 법률들을 정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죠. 양형욱 기자였습니다.
 
[기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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