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전문가들 "감정노동 시달리는 교사들 심리지원 체계 시급"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성명…"아무 때나 연락가능하단 학부모 인식 바뀌어야"
"교사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부모들, 양육 불완전함 비롯된 불안 전가 말라"

21일 오전 서초구 한 초등학교에 마련된 교사 A씨의 추모공간에 시민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2년차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정상적인 교육지도마저 어려워진 학교 현장이 이번 비극을 낳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사망교사에 대한 학부모의 '갑질'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업무범위를 넘어선 '악성 민원' 등으로 고통 받고 있는 교사들의 마음을 돌볼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21일 이번 사건과 관련한 성명을 내고 "놀라움과 슬픔을 느끼며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최근 수년 간 학부모나 학생이 교사에게 신체적·정신적 폭력을 가하는 일이 늘어나는 등 교사들은 본연의 임무를 넘어선 감정노동에 시달려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학교라는 특수한 조직 속에서 학생과 학부모를 대하면서 행정 업무까지 도맡고 있는 교사들의 정신건강 관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특수한 상황에서 고충을 상담할 수 있고 심리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의사회는 "교사와 학생은 많은 시간을 함께하며 상호작용하는 만큼 교사의 정신 건강은 개인의 건강을 넘어서 학생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짚었다. 또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며 어느 한쪽이 과도한 희생을 통해 유지해온 체계는 장기적으로 교사·학생 모두에게 상처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21일 오전 서초구 한 초등학교에 마련된 교사 A씨의 추모공간에 시민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교사도 '일'과 '휴식'이 분리되어야 하는 근로자라는 점도 강조했다. 근무시간이 아닐 때는 업무나 관련 연락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다. 의사회는 "아무 때나 (교사에게) 연락하고 응답받아야 한다는 일부 학부모의 인식은 이제라도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부모도 교사도 완벽할 수는 없다"며 "부모들은 자녀 양육의 불완전함에서 불쑥 찾아오는 자신의 불안을 교사에게 전가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가정에서도 실천하기 어려운 이상적인 사랑과 교육을 교사에게 강요하는 것은 결국 아이들의 무절제와 방종을 낳고, 이렇게 이기적이고 정신적으로 미성숙하게 자란 자녀들은 결국 부모에게 족쇄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특정 집단 전체를 피해자나 가해자로 모는 것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의사회는 "대한민국 전체 학부모들이 문제라는 식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2차 가해가 된다"며 "희생양을 찾고 공격하기보다 서로를 보듬고 비극을 이겨내는 것이 우리 모두가 안전해지고 건강해지는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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