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 숨진 서이초 민원 수준…'상상을 초월할 정도'

21일 오전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 마련된 교사 A씨의 추모공간에 시민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1학년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위를 두고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이 학교의 민원 수준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는 교사들의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은 21일 "202n년부터 올해까지 서이초에서 근무했거나, 근무하고 있는 교사들의 제보를 받았다"며 내용을 공개했다. 노조는 신상이 특정되지 않도록 근무한 해를 '202n년'으로 표기했다.
 
노조가 공개한 제보 내용을 보면, 서이초에서 학교폭력을 담당했던 A교사는 학폭사안 처리 당시 한 학부모가 "나 ○○아빠인데 나 뭐 하는 사람인지 알지? 나 변호사야!"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서이초 민원 수준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며 학교폭력 민원과 관련된 대부분의 학부모가 법조인이었다고 했다. 또 학부모 민원이 너무 많아 대부분 교사가 근무를 매우 어려워했다고 덧붙였다.
 
B교사는 지난해 3월부터 서이초에 저경력 교사 5명이 근무했는데 "경력이 있던 나도 힘들었는데, 저경력 교사가 근무하기에는 매우 힘든 학교였다"고 말했다. 올해 고인과 같은 학년 소속은 아니었지만 같이 근무했던 C교사는 고인의 학급에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학생이 있어 고인이 매우 힘들어했다고 증언했다.
 


D교사는 고인의 학급 학생이 연필로 뒷자리에 앉은 학생의 이마를 긋는 사건이 있고 난 후, 가해자 혹은 피해자의 학부모가 고인의 개인 휴대전화로 수십 통의 전화를 했다고 증언했다. D교사에 따르면, 고인은 '내가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 준적이 없고, 교무실에도 알려준 적이 없는데 내 번호를 어떻게 알고 전화했는지 모르겠다. 소름끼친다. 방학 후에 휴대전화 번호를 바꿔야겠다'고 말했다. D교사는 고인의 학급 수업 시간에 '선생님 때문이야'라고 소리를 지르는 학생이 있었고, 이로 인해 출근할 때 그 학생의 환청이 들리는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고 제보했다.
 
21일 오전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 마련된 교사 A씨의 추모공간에 시민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E교사는 이마를 그었던 사건과 관련해 피해학생 학부모가 교무실로 찾아와 고인에게 '애들 케어(care)를 어떻게 하는 거냐', '당신은 교사 자격이 없다'는 폭언을 했다고 증언했다.
 
F교사는 "학교 차원에서 함구하라고 해서 그냥 있다"고 증언했다.
 
노조는 "경찰에서는 '의혹을 확인할 수 있는 외부 정황이 없다'는 의견만을 내놓고 있지만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과 학생 생활지도의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는 여러 정황을 추가 제보를 통해 확인했다"며 "경찰과 교육 당국은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며, 유족을 비롯한 전국의 교사 등 모두가 납득할 수 있도록 진상규명을 위해 철저히 조사해 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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