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까지 단 두 편만을 남겼던 지난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천우희의 '이로운 사기' 종영 라운드 인터뷰가 열렸다. 그는 공감 불능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노력한 점부터 김동욱과 같이 연기한 감상, 타이틀롤을 맡은 부담감 등 작품 관련 이야기를 찬찬히 풀어나갔다.
공감 능력이 없는 인물을 연기해야 했던 천우희는 "몰라서 (공감을) 못 해 본 것 같은 느낌을 내 보면 어떨까 했다"라고 답했다. 딱히 참고한 자료는 없었다. 천우희는 "이 인물의 예전 서사는 어땠나, 이것보단 대본을 떠올리며 한 이미지들로 만든 거였다. 제 머릿속 고민을 이미지로 실현해 준 건 저와 같이했던 스태프들이었다"라고 말했다.
혹시 이로움과 비슷한 면이 있을까. "같은 면은 많이 없다"라며 웃은 그는 "서사를 풀어갈수록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 같다. 로움이도 얘기하는데 '모두를 지키기 위해 하는 선택들이 결국은 자기(나)가 혼자가 되는 거'였다. 어떤 책임감, 남에게 의지하지 않는 편인 건 좀 비슷하다. 스스로 무언가를 다 해결하려고 하고, 다른 사람한테 의지하거나, 해나 폐를 끼치는 걸 싫어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로운 사기'에서 공조하는 두 주인공은 성격이 정반대다. 천우희가 연기한 이로움은 공감 능력이 없고, 김동욱이 연기한 한무영 역은 공감 능력이 과도한 변호사다. 하지만 실제로 연기할 때는 오히려 서로의 캐릭터가 더 잘 이해가 갔다고.
천우희는 "동욱 오빠랑 저랑 그 얘기를 진짜 많이 했던 것 같다. '서로의 캐릭터가 더 이해가 잘 된다'. 저는 좀 F(MBTI 중 '공감형'을 의미하는 F)기 때문에 공감을 좀 많이 하는 편이고 오빠도 F지만 또 약간 접근하는 방식이 인물에 접근하는 방식도 굉장히 논리적이고 이성적이다. 저는 되게 정서적으로 다가가는 스타일이고 그래서 서로의 캐릭터가 더 이해가 잘 된다는 얘기를 좀 많이 했다"라고 전했다.
김동욱은 낯을 가리는 편이고 본인도 친해질 때 시간이 걸리는 사람이어서 처음에는 "되게 낯을 많이 가렸다"라는 천우희. 신기하게도 "연기적으로는 전혀 어려움 없이 매번 작업해" 나갔다. 이어 "초중반쯤에 오빠가 되게 나를 편하게 생각하는구나 느끼는 순간 언젠가가 있었다. 작품을 할 때 훨씬 몰입감이 생기고 서로 의지하면서 만들어 간다는 생각이… 처음보다 '확 붙는다'고 할까. 연기하는 신은 막상 너무 몰아서 찍다 보니 생각보다 로움이랑 무영이랑 만나는 신이 너무 적더라. 아쉬웠다. (같이) 연기하는 신이 많았으면 좋겠다 할 만큼"이라고 부연했다.
천우희는 "오빠는 너무 수월하게, 현명하게 해결해 나가더라. '아, 확실히 내공이 다르구나' 했고, 게다가 오빠가 너무나 막힘없이 술술 해 나가는 것, 정말 안정감 있게 탄탄하게 매번 연기해 오는 모습이 조금 저한테는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어떤 역할을 맡았을 때 스스로 납득 안 될 장면들도 있고 조금 버거울 수도 있는데 모든 걸 되게 현명하게 해 나가더라. 그 부분을 보면서 오빠한테 내가 좀 배워야 되겠다 싶었다"라며 웃었다.
본인 성격과 다른 캐릭터를 탐구하고 받아들여 자신의 스타일로 표현하는 것은 천우희에게 어떤 것을 남겼을까. 그는 "예전에는 저답지 않은 캐릭터를 만났을 때 쾌감을 느꼈던 것 같다. 평소 저와 다른 삶을 살아본다는 거에 희열을 느꼈지만 점점 연기할수록 결국은 제 안에 있는 것들을 끄집어내는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이어 "(제게) 굉장히 여러 가지 면이 있는데 그걸 극대화해 발화하는 게 아닐까. 분명히 어느 면은 저와 닿는 것들이 하나씩은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든다. 그래서 연기할 때도 예전에는 아예 나답지 않은 캐릭터라면 아예 (나와는) 다른 인물로 접근했다면, 지금은 제게서 파생되는 그냥 여러 가지 인물인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이로운 사기' 속 이로움을 맡았을 때의 부담감이 "꽤나 컸"던 건 사실이다. 설득의 문제였다. 천우희는 "얼마만큼의 설득력을 가지고 이 작품을 이끌어나갈 수 있을까. 이건 연기적으로 선사해야 하는 몫이 있기 때문에 그 부담감을 항상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가 이겨내야 할 부분이고, 오히려 그 부담감이 더 좋은… 뭐랄까. 어떤 힘이 될 때가 있다. 그런 도전과 부담감과 책임감이 저한테는 어떤 원동력이 될 때가 있다. 그 힘으로 16부까지 해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여성 캐릭터가 보다 다채로워지고, 여성 주연작도 과거보다는 늘어나는 흐름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묻자, 천우희는 "아주 긍정적이다"라며 흐뭇하게 웃었다. 워맨스(여성 캐릭터 간의 친밀하고 깊은 우정) 연기 역시 "항상 꿈꾼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항상 어렵다는 건 알아요, 물론. 여성 서사 위주의 작품이 많이 않음에도 불구하고 저한테 많은 기회가 주어진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에요. 꼭 어떤 여성 서사 위주의 작품을 하려는 건 아니고 저는 좋은 작품, 제가 끌림이 있는 작품들을 해 나가는 건데 그래도 그 와중에 저한테 제안을 많이 주시기 때문에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그것도 책임감을 느끼고요. 하지만 앞으로 그런 기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저뿐만이 아니라 다른 배우들한테도 좋은 작품들, 좋은 이야기들이 많이 발굴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천우희는 "여행 갔다 오니 많이 비워지는 것도 있고, 이 일이라는 게 너무 즐겁고 인생에서 가장 큰 부분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 내가 너무 시야가 좁았던 게 아닐까'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세상엔 정말 아름다운 곳도 많고 사소한 것들도 굉장히 소중한 게 많은데 내가 너무 한 부분에만 매여있었던 건 아닐까 할 때가 있다. 오히려 (여행을) 갔다 오니까 이 일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도 있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힐링' 방법은 메모다. 5년 치를 한 권에서 소화할 수 있는 '5년 일기장'도 쓴다. 날마다는 아니어도 어떤 생각이 나면 자기 전에 적는다고. 천우희는 "어떤 누군가에게 보여줄 게 아니다 보니까 아주 엉성하지만 제 나름의 환기를 시키고 스스로 성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단다. 과거의 기록을 훑으면서 "항상 힘을 좀 받게 되는 것 같다"라는 그는 "저를 곱씹는 시간"을 많이 가지는 사람이다.
최근 '나 혼자 산다' 이주승 편에 친구로 등장한 천우희. 예능 출연 생각이 있냐고 물었다.
"저는 항상 재미있고 싶어 해요. 생각보다 지루함을 참지 못해요. 그렇다고 무언가 해프닝, 이벤트를 (일부러) 만드는 건 아니지만요. 그래서 연기를 좋아해요, 지루함을 참지 못해서. 매번 다르잖아요. 매번 어떤 고민의 순간이 있고요. 예능도 저에게 신선함이 다가오고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 만큼이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