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이로운 사기'는 이처럼 꽤 까다로운 작품이었다. '이로운 사기'의 주인공 '이로움' 역을 연기한 천우희 역시 '도전'으로 인식했다. 천우희는 이번 작품으로 캐릭터 소화력과 연기력은 물론, 비주얼까지 다양한 부분에서 호평받았다. 10개월 동안의 촬영을 마치고, 16부작 드라마를 무사히 마친 천우희를 지난 17일 오전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로운 사기' 대본을 받은 시점은 "굉장히 일찍"이었다. 천우희는 "(극중) 사기꾼이다 보니까 다채롭게 변화하는 모습들이 필요한데 이 인물로 분했을 때 어떤 매력을 보여드릴 수 있을까, 어떤 즐거움을 줄 수 있을까 생각할 때는 굉장히 흥미로웠다"라고 말했다.
섭외 당시 어떤 이야기를 들었는지 묻자, 천우희는 "대본을 받을 때면 항상 그런 말씀을 하신다. '이건 무조건 천우희여야 한다'"라며 웃었다. 이어 "그 얘기에 거의 속는 셈 치고 하는 건데, 천우희여야 하는 이유에 관해 물론 감사하다. 이 인물을 천우희가 가장 훌륭하게 해낼 수 있다는 신뢰가 담긴 거고 그 이야기 들을 때마다 저도 엄청난 책임감을 느낀다"라고 부연했다.
처음 '이로움'이라는 인물을 만났을 때 "되게 외로운 사람"이라고 봤다. 그는 "이 인물에 대해서, 어떻게 보면 최대한 그 미스터리를 갖고 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왜 저 사람은 막무가내고 혼자 동떨어진 사람처럼 보일까? 1부에서 보인 미스터리함이 있지 않나. '쟤는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위험한 존재야'하는 레이어를 가져가면서도, 서사가 풀릴수록 이 사람에 대한 연민과 호감이 생길 거라는 확신은 있었다"라고 밝혔다.
그동안 작품을 고를 때도 천우희의 마음을 움직였던 건 '연민'이었다. 천우희는 "끌어당기는 마음을 느낀 인물은 '연민'이 생기는 경우였다. 로움이한테는 혼자서 이겨내기 위한 '복수'라는 것이 가장 큰 몫인 것 같지만, (사실은) 모두를 지키기 위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보여주는 그 연민이 저한테는 가장 컸다"라고 덧붙였다.
천우희는 극중에서 간호사, 금융 상담사, 아동심리 상담가, 재벌가 상속녀, 카지노 딜러, 컨설턴트 등 다양한 직업군을 연기해야 했다. 그는 "외적으로 변하는 게 되게 많다 보니까 같이 준비하는 스태프분들하고 비주얼적인 준비를 굉장히 많이 했다"라며 "이 인물들을 다 모아놨을 때 아예 다른 캐릭터처럼 보이기를 바랐다"라고 밝혔다.
연기하면서 가장 재미있었던 캐릭터는 아동심리 상담가 '코트니 권'이었다. 천우희는 "대본으로만 보고 인물을 상상하다가 실제로 딱 마주했을 때 감독님이 설정한 연극적인 무대가 꽤나 재미있었다. 코트니 권이라고 만든 제 인물과 무대가 잘 맞아떨어져서 그 이야기가 되게 나름의 몰입감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연기할 때도 꽤나 재미있게 연기했다"라는 천우희는 "자칫하다가는 조금은 콩트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그 선을 잘 지키려고 노력했다. 약간의 위트, 또 아주 이 인물처럼 보이게 하는 사실적인 부분 묘사도 있기를 바라서 그 나름의 줄타기를 해 보려고 했는데, 제가 봤을 때는 만족스럽게 나온 것 같다"라고 전했다.
엄청난 대사량을 소화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을까. "모든 노력을 항상 열심히 한다"라고 빙그레 웃은 천우희는 "요번에 조금 다른 점이라면 대사를 한 인물로서 해왔다면 (인제) 여러 가지 인물로 분해야 해서, 대사 외우는 것도 중요했지만 색깔을 어떻게 입힐지를 많이 고민했던 것 같다"라고 답했다.
이야기 전개 과정에서 적지 않게 등장한 이로움의 '방백'은 '이로운 사기'만이 가진 독특함이었다. 극중 다른 이들에게는 들리지 않는 이로움의 '말'이, '시청자'에게는 들린다는 '약속'. 소화하기 어렵지 않았냐는 질문이 나왔다.
천우희는 "로움이에서 다른 인물로 연기하는 건 오히려 어렵지 않았다. 아예 다른 캐릭터여서 확확 바뀌는 건 솔직히 저에게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었는데 방백을 하다가 로움이로 돌아오거나, 로움이로 방백을 하다가 카메라를 볼 땐 '아, 내가 실수했나' 하고 순간의 멈칫함이 약간씩은 있었다"라고 털어놨다.
카메라를 똑바로 쳐다보는 건 보통 가수의 몫이다. 배우들이 영화, 드라마 등에서 카메라를 똑바로 볼 일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천우희 역시 '카메라를 보고 연기해야 하는' 상황이 처음에는 낯설었다. "카메라 보면서 연기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라는 천우희는 "(저희 드라마) 독특한 매력이 방백이지 않나. 시청자가 봤을 때 함께하는 것처럼, 이 사기를 같이 공조하는 것처럼 하면 어떨까 하는 재미를 살리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감독님하고 그 얘기를 많이 했어요. 이 인물이 일반적인 인물이 아니다 보니까, 뭔가 불친절하고 게다가 공감 불능이고 자기 멋대로고… 이런 것들을 얼마만큼 시청자들에게 설득하고 이 인물로 하여금 함께 좀 응원하게끔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그건 사실 로움이라는 캐릭터나 연기적인 설정이라기보다, 이 '이로운 사기'가 갖고 가는 서사 전개에 있어서 충분히 전달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이로운 사기'가 로움이의 개인적 복수를 위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로움이는) 자기처럼 조금은 힘든… 뭐라고 해야 할까요. 악에 반대되는 인물로 하여금 도움을 주는 거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생각했을 때 그 '나쁜 놈' '악'에 대해서 충분히 같이 반대하고 응원해 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랑 감독님은, 우리가 오히려 로움이라는 인물에 갇히지 말고, 어떤 정의로움에 갇히지 말고, 이 로움이가 갖고 있는 자기 멋대로의 성격을 구축해 나갈수록 무영이랑 부딪히는 부분도 더욱 매력적으로 보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 이야기에 공감해 나가면서 서로 성장하고 변화하는 과정이 보일 거기 때문에 충분히 납득시킬 수 있다고 해서 맥을 잡고 갔어요. 시청자분들이 봤을 때는 어떻게 납득이 됐을지 모르겠지만 저희로서는 저희 방식이 잘 맞아떨어지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