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대 공대 출신 피아니스트'. 스미노의 이름 앞에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3살 때 피아노를 시작한 그는 음악 신동으로 불릴 만큼 재능이 있었다. 하지만 수학에도 관심이 있어 도쿄대에 입학해 정보과학기술을 전공한 후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가 본격적으로 음악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건 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2018년, 일본 PTNA(전일본교육자협회) 피아노 콩쿠르에서 특급 그랑프리를 수상하고 나서부터다. 2021년에는 피아노를 전공하지 않은 비전공자로는 처음으로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준결승에 진출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스미노는 최근 CBS노컷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제가 일본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을 즈음, 자국 언론 역시 '도쿄대 공대를 졸업한 피아니스트'라고 저를 소개했다. 당시에는 이러한 수식어가 썩 달갑지 않았다. 피아노 연주와 학력의 상관 관계를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그때와 달리 지금은 대학(원) 시절 공부했던 정보과학기술이 제 음악적 배경 중 큰 역할을 차지한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연주할 때 전공의 지식적인 요소를 많이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번 공연 프로그램은 태동, 회상, 인간의 우주, 큰 고양이 왈츠 등 자작곡 4곡이 포함됐다. "'큰 고양이 왈츠'는 제가 키우는 고양이를 위해 작곡했어요. 곡에서는 크고 뚱뚱한 고양이로 묘사했지만 점프하고 노는 모습을 보면 재빠른 면모가 있죠. 이렇듯 대조적인 모습을 음악적으로 표현했습니다." 그러면서 "특별한 음악적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는 없다. 음악 자체를 즐겨 달라"고 했다.
바흐, 카푸스틴, 굴다, 라무 등의 곡도 연주한다. "카푸스틴의 음악은 클래식과 재즈 요소가 혼합됐어요. 두 장르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제게 도전적이면서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굴다의 음악은 곡의 마무리 부분에 포함된 카덴차를 즉흥적으로 해석하고 연주할 예정입니다."
그가 생각하는 클래식 음악의 매력은 뭘까. "클래식은 어릴 때부터 제가 가장 많이 접해 온 음악이며 저를 표현하는 데 있어 근원이 되어 왔습니다. 오랜 세월 사랑받고 있다는 건 그만큼 클래식 음악이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죠. 음악을 연주하며 작품과 제가 일체화됐다고 느낄 때 엄청난 감동·흥분과 함께 삶이 구원받는 듯한 느낌을 받아요."
스미노는 클래식 음악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다. 재즈, 전자음악, 뉴에이지를 넘나들며 전방위 아티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클래식 음악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업데이트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작곡과 편곡 공부를 지속해서 영화음악이나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품까지 쓸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