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후 11시 8분.
경북 예천 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 지원에 나섰다 급류에 휩쓸린 A 해병대원이 숨진 채 발견됐다.
A 해병은 동료 대원들과 함께 이날 오전부터 산사태 실종자를 찾기 위해 급류 속에서 하천을 수색하다 실종된 지 14시간 만에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즉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 판정을 받았다.
애통하다.
실종 소식을 듣고 달려 온 해병의 아버지는 절규했고 어머니는 오열했다.
야간 수색작업 끝에 물 속에서 A 해병을 발견한 소방대원들도, 함께 동료를 찾던 20살 해병대원들도 함께 울었다.
자정이 넘은 시간 취재를 하던 기자들도 먹먹한 가슴을 억누르며 '속보'를 써 내려갔다.
또 애통하다.
20살 청년, 20살 군인 A 해병대원.
기자는 지난 18일 해병대원들이 실종자 수색 작업에 본격 투입된 이후 마을 전체가 산사태로 쑥대밭이 된 벌방리 수해 현장을 취재 가는 길에 길가 논 바닥에 서서 굵은 비를 맞으며 늦은 식사를 하는 수 십 명의 군인들을 보고 잠시 가던 길을 멈췄다.
붉은 상의에 20대 청년들, 해병대원 같아서 물어보니 포항 해병대에서 실종자 수색 지원을 왔다고 말했다.
산사태로 토사와 거대한 바윗덩어리가 마을을 쓸고 지나가면서 폐허가 된 벌방리 마을에는 10여 명의 해병대원들이 이른 아침부터 토사가 덮친 주택의 흙을 걷어내고 물로 씻어내며 복구 지원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날 경북 호우피해 지역에 투입된 해병대는 실종 시신 한 구를 찾는 등 실종자 수색과 마을 복구작업에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A 해병의 마지막 모습은 해병대 군복을 입은 모습이었다.
그날 밤 동료들은 헬기로 후송되는 해병에게 거수경례를 하며 작별 인사를 했다.
20일 오전 5시, 수색대원들은 나머지 실종자 3명을 찾기 위해 실종 마을 두 곳을 다시 뒤지고 있다.
빗방울을 반찬 삼아 길가 논바닥에서 도시락을 먹던 20대 청년, 20대 해병대원들의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실종자 수색 작업에 나선 군 장병, 소방대원, 자원봉사자 모두가 이 시대 진정한 '영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