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예뻐하던 열정교사"…학교 뒤덮은 '추모 화환'

20대 교사 죽음에 동료 교사들 '추모'
"임용고시 준비해야 되는데"…예비교사들도 함께 울었다
"악몽 꾼 아이들도 있다"…학생·학부모들, 비보에 '충격'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에서 20대 교사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 학교를 찾은 동료 교사와 학부모들이 고인의 죽음을 안타까워 했다.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정문 앞. 학교 담벼락을 따라 전국 곳곳에서 동료 교사들이 보낸 화환들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학교 벽면에는 고인을 기리는 추모 글귀와 사망을 둘러싼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라는 문구들이 연달아 붙어 있었다.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이 학교 담임 교사 A씨가 지난 18일 오전 학교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와 관련해 교육계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A씨가 학교폭력과 관련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는 등 특정 학부모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오전 8시쯤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주변으로 추모 화환들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양형욱 기자

A씨를 추모하는 광경을 지켜본 같은 학교 교사와 직원들은 눈물을 훔치며 황급히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출근 전에 학교를 들려 고인을 애도하고 간 동료 교사들은 연신 눈물을 닦아냈다. 검은 반팔 티셔츠를 입은 한 교사는 정문 앞에 꽃다발을 내려놓고 잠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고인의 대학 동기인 20대 여성 A씨는 2주 전에 고인과 만나 함께 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슬퍼했다. 그는 "그때까지만 해도 이런 일이 일어날 줄 몰랐다"며 "저도, 친구도, 동료들도 학교에서 근무하면서 우울증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울먹거렸다.

서초구 내 인근 학교에서 일하는 B씨도 "남 일이 아닌 것 같고 교사 모두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며 "다들 누구 하나 죽어야 교육 현장이 바뀔 것이라는 얘기들을 정말 많이 했는데 너무 애통하다"고 토로했다.

앳된 얼굴을 한 예비 교사들도 학교를 찾아 추모문구를 적고 갔다. 학교 정문 앞에서 한참 눈물을 흘리던 이들은 발길을 돌려 다가올 임용고시를 공부하러 떠났다.

학교를 찾은 서울교대 재학생들은 "당장 내년에 시험을 봐야 되는데 임용시험에 합격해도 미래가 막막하다"며 "많이 안타깝다"고 흐느꼈다.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정문 앞에 추모 문구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 양형욱 기자


이날 8시 반쯤부터는 학교 정문과 후문에는 등교하는 학생들과 학부모들로 붐볐다. 학생들은 추모 문구를 유심히 들여다보더니 굳은 표정으로 학교로 들어섰다.

아이들을 바래다준 학부모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자식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거나 다른 학부모들과 모여 대화를 나누곤 했다.

2학년 학생을 자식으로 둔 학부모 C씨는 "부모가 직접 아이들에게 말하지 않아도 아이들이 주변에서 듣는 얘기가 있으니까 사건을 알고 있는 것 같다"며 "어제 악몽을 꾼 아이들도 있는 것 같고 아이들이 등교를 무서워해서 결석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C씨는 지난해 고인을 옆 반 담임선생님으로 만났다며 학생과 학부모들이 좋아했던 교사였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는 "아이들을 되게 예뻐하시고 열정이 넘치시는 좋은 선생님"이었다며 "아이들이 잘 따르는 분"이셨다고 전했다.

다른 학부모는 "학교에서 아무런 공지가 없으니까 답답하기도 하다"며 "제대로 진상을 규명해서 선생님의 억울함을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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