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빚 상환" VS "빚 부담 경감"…DSR 우회 50년 주담대 만기

DSR 규제 피해서 '대출 장사' 비판도

연합뉴스

최근 서울에 아파트 구입을 생각하고 있는 A(35)씨는 주택담보대출 50년 만기 상품이 출시됐다는 소식에 고민이다. 다달이 내는 원리금 부담이 줄어들고 대출 한도를 늘릴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지만 상환기간이 대폭 늘어난다는 점이 부담돼서다. A씨는 "무엇보다 대출 한도가 늘어난다는 장점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상환기간이 너무 길어서 가능할까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들은 잇따라 만기가 50년인 주담대 상품을 내놓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지난 5일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채움고정금리모기지론(혼합형)의 대출 한도를 50년으로 연장했다. 하나은행도 지난 7일부터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최장 기간을 기존 40년에서 50년으로 변경했다. KB국민은행 역시 지난 14일부터 KB주택담보대출 등의 만기를 최장 50년까지 늘렸다.

은행들은 이처럼 만기를 대폭 늘린 주담대 상품을 공급하는 것과 관련해 금리 상승기 고객의 이자 부담을 완화하고 안정적 부채 상환을 지원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하고 있다. 만기가 길어지면 당장 갚아야 하는 원리금 규모가 줄어든다. 따라서 50년 만기는 정책금융상품 위주로 공급돼 왔다.

당장 이자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맞다. 5억원을 연 5.5%금리로 빌려 거치기간 없이 원리금 균등상환을 하게 되면 30년 만기 시 월 원리금 상환액은 약 283만8천원이지만, 50년 만기의 경우 약 244만 9천원이 된다. 이 경우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줄어들어 대출 가능한 금액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다만 갚아야 할 총 이자부담은 배로 커진다. 대출자가 부담할 총 이자액은 만기 30년의 경우 약 5억 2200만원이지만, 50년 만기가 되면 약 9억6900만원으로 크게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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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관계자는 "추가 대출이 절실하거나 원리금 상환액을 줄이고 싶은 대출자의 경우에는 반가운 소식일 수 밖에 없지만 만기 확대가 은행들이 설명하는 것처럼 이자부담을 완화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결국 은행들이 만기를 늘리는 것은 '대출 장사'를 위해서라는 비판도 나온다.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정부의 대출 규제가 완화되면서 은행들이 대출 영업을 위한 눈치보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달 말부터 전세보증금 반환을 전제로 기존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를 총부채상환비율(DTI) 60%로 1년간 한시 완화할 예정이다.

또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만기를 늘리면 대출한도도 늘어나지만 총 이자부담은 늘어난다. 결국 DSR 규제를 피해서 대출 장사 더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한국은행은 거시 건전성을 강조하며 DSR '적용 예외'를 축소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전세대출과 중도금 대출, 일정 금액 이하 대출은 DSR 산정에서 배제된다. 만기 연장은 DSR 제도의 골격을 유지하면서 대출규제를 완화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선 만기 연장이 결국 DSR을 줄이는 식으로 제도를 완화해 최근의 가계부채 증가세를 부채질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부채는 GDP 대비 80%까지 내리는 것이 좋다"며 "금리정책과 부동산담보대출 제도 변화 등을 정부와 이야기하면서 조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이 점차 늘어나면서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금융상품의 매력은 상대적으로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특례보금자리론은 DSR 규제에서 제외되는데다 시중은행 상품보다 만기도 길고 중도상환수수료도 없다는 점이 장점이었는데, 시중금리가 하락하면서 금리 매력도 떨어지는데다 만기가 길다는 장점도 내세우기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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