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사망자 14명이 발생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참사 수사에 착수하면서, '중대시민재해'로 처벌되는 첫 사례가 될지 주목된다.
충북경찰청은 지난 17일 수사관 88명을 투입해 '오송 지하차도 참사' 전담 수사본부를 꾸렸다. 수사본부는 지방자치단체가 폭우 대비 메뉴얼을 얼마나 준수했는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특히 경찰은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에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중이다.
중대시민재해는 특정 원료나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제조·설치·관리상의 결함이 원인이 돼 발생한 재해를 말한다.
그러면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사고로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10명 이상, 동일한 원인으로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질병자가 10명 이상 발생한 경우가 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인명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 경영책임자, 공무원 및 법인이 처벌 대상이다. 공무원의 경우 중앙행정기관의 장,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된다.
지난해 이태원 참사 당시에도 중대시민재해로 규정될지 주목됐지만, 사고가 발생한 골목길이 법에 규정된 공중이용시설에 포함되지 않아 실제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지는 않았다.
반면 이번 참사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우선 18일까지 사망자 14명이 발생하는 등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해 피해 요건을 충족한다.
사고가 발생한 장소인 오송읍 궁평제2지하차도는 중대재해처벌법상 규정된 공중이용시설에 해당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상 '시설물' 중 대통령령으로 정한 시설을 공중이용시설로 정의한다.
같은 법 시행령 제3조는 '터널 구간이 연장 100m 이상인 지하차도'는 시설물 중 공중이용시설에 해당하는데, 문제의 지하차도는 전장 685m의 왕복 4차로 박스형 지하차도다.
만약 이번 참사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할 경우 처벌 대상으로는 공중이용시설과 관련해 관리 책임이 있는 기관들이 유력하다.
우선 미호강 홍수경보가 수차례 있었는데도 제방 붕괴 가능성을 간과해 도로를 통제하지 않은 충북도, 청주시, 흥덕구 등 지자체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더구나 충북도는 궁평2 지하차도 도로관리청이기도 하다. 나아가 국토교통부에도 시설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이번 참사 핵심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는, 무너진 임시 제방을 축조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도 조사 대상으로 꼽힌다. 행복청이 발주한 교량 건설사업을 실제 시공하고 있는 건설 업체도 대상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권영국 변호사는 "우선 지하차도는 도로인데, 도로관리청이 누구냐를 봐야 한다"며 "도로관리청의 장이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했느냐를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침수 신고가 사건 발생 전 접수됐으나 현장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 경찰과 소방은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 아니다. 시설과 관련해 명확히 관리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향후 과실이 밝혀진다면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는 적용될 수 있다.
민주노총 최명선 노동안전보건국장은 "(중대시민재해처벌법을 적용하면) 주로 대상이 시설물을 관리하는 기관"이라며 "지금 시점에서 환경부나 행안부도 대상이 된다고 특정하기는 어려워보인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중대시민재해로 처벌된 전례가 없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지자체장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그동안 경찰이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점을 주목해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방송통신대학교 최정학 법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중대시민재해로 볼 여지가 있는데 (대상인) 지자체장을 전부 수사하지 않고 있다"며 "도로 지하차도에서 사고가 난만큼 명백하기 때문에 이번 참사도 (중대시민재해로) 수사하지 않는다면 비판적 여론이 많을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