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災라는 오송 참사…익명으로 속내 털어놓는 공무원들[이슈시개]

박종민 기자·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캡처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14명이 숨져 강도 높은 처벌과 징계가 예상되자, 일각의 공무원들이 과중한 업무를 토로하며 '남의 일 같지 않다'는 심경을 밝히고 나섰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는 오송 참사와 관련된 다양한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네티즌들의 이목을 모은 건 이번 오송 참사와 관련 업무분장 대한 구조적 문제를 항변하는 글이었다.

'이번 사고 관련 담당 오송 시설관리 공무원..'이라는 제목의 글은 '이번 사고로 피해자들도 안타까지만 계속 집 못 가고 재난 대비 근무하는 공무원들도 불쌍하다. 특히 사고 업무 담당자, 전부 공무원들 욕하며 책임지라고 하는데 오송읍 전체에 시설관리 담당자는 1명이다'라며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 글쓴이는 "그것도 이것보다 더 업무량 많은 2~3개 업무와 같이 한다. 누가 그자리에 있어도 못 막는다"며 "지하차도 뿐 아니라 여기저기서 침수됐다고 연락오는데 몇분만에 침수되는 정신없는 상황에 예측이 어려웠을 것. 전문가들은 '미리~했어야 한다'고 하는데 그런 말은 누가 못하나"라고 토로했다.

아울러 "결과론적으로 그 자리는 사고 예방이 났을 때 책임지고 처벌받기 위한 자리다. 담당자는 파면되고 감옥 가야겠지만 사고는 계속 일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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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집중호우로 인해 미호천에 설치된 임시 제방이 무너져 범람한 강물은 근처에 있는 궁평2지하차도를 덮쳤다. 침수되는 와중에도 도로는 통제되지 않아 주행하던 차량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수 밖에 없었다.

홍수경보가 내려진 뒤에도 4시간 동안 지하차도 주변 차량 통제나 안내가 없었고, 미호천 주변 공사로 허물어진 제방을 허술한 임시 제방으로 만들어 둔 점 등 예방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참사를 막지 못해 명백한 '인재'라고 지적받고 있다.

해당 글을 접한 다른 공무원들은 "공무원들 파리 목숨이다. 운좋아서 집행유예 나오더라도 파면일 듯", "윗사람들이 총알받이용으로 하급자들 업무분장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 "이정도의 대형 사고는 아무리 열심히 일했어도 면책은 힘들다. 조직 자체내에서도 누구 책임인지 눈에 불켜고 찾는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오송 참사 담당 공무원 처벌 여부에 따라서 기피현상의 발생을 우려하는 의견도 제기됐다.

다른 공무원이 작성한 '오송 관련해서 이건 국민들이 알아줬음 좋겠다'라는 제목의 글에서는 "오송 참사로 담당 공무원에게 금고형을 내리고 법률에 따라 퇴직 시킨다면 앞으로 재난부서 발령나는 직원들은 전출·휴직·병가 등으로 기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전국적으로 6개월 간격 신규 직원으로 메우는 상황이 발생하고 재난대처능력은 점점 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공무원은 "비슷한 양상이지만 초량 지하차도 참사로 구속 1명에 10명이 집행유예 받아 자동으로 짤렸다"며 "담당 팀과장은 파면이 문제아니라 감옥갈지도 모르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 2020년 7월 3명이 숨진 부산 동구 초량지하차도 침수 사고. 부산경찰청 제공

실제로 지난 2020년 7월 23일 부산 초량동에 위치한 초량 제1지하차도에는 오전 9시 30분 전후로 물이 차기 시작했지만 별다른 통제 조치가 없었고 진입한 차량 7가 침수돼 3명이 사망하고 6명이 구조됐다. 법원은 '업무상 과실치사죄' 등의 혐의로 사고당시 부산 동구 부구청장에게 1년 2개월 실형을 선고하는 등 11명 모두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오송 지하차도 참사 책임자를 문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책임자에 대해서는 신분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한 문책이 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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