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당시 경기지사이자 대권주자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후광을 믿고 북한에 500만 달러를 대납했다고 주장했다.
18일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화영 전 부지사와 방용철 쌍방울 부회장의 쌍방울 뇌물 40차 공판에서 김성태 전 회장의 반대 신문이 이뤄졌다. 김 전 회장은 지난 재판에 이어 이날도 증인석에 앉았다.
김 전 회장은 2019년~2020년 경기도의 스마트팜 사업 비용으로 500만 달러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방북비용으로 300만 달러를 북한에 건넨 혐의로 이미 재판을 받고 있다.
반대신문을 진행하는 이화영 전 부지사의 변호인이 "(이 전 부지사가 대납을 요청했다면) 경기도가 쌍방울에 어떤 걸 해주겠다고 했나"라고 묻자, 김 전 회장은 "향후에 미국의 제재 등이 풀릴 경우, 경기도의 남북협력기금을 지원할 수 있다고 했다"고 답했다.
이에 이 전 부지사 측은 "이 전 부지사는 선출직도 아닌데 어떻게 그런 약속을 증인에게 했나"라고 재차 물었다.
그러자 김 전 회장은 "지금은 법정에서 마주보고 있지만, 변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나와 이 전 부지사는 10년 넘게 친밀하게 지냈다"며 "쌍방울 뒤에는 경기도가 있고, 경기도 뒤에는 대권주자가 있었기 때문에 대납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이 지칭하는 대권주자는 이재명 대표로, 그는 지난 공판에서 이 대표가 쌍방울의 대납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김 전 회장은 2018년 11월 중국 심양에서 북한 측 인사와 만나 500만 달러 대납을 약속했던 상황도 상세히 설명했다. 김 전 회장은 "중국에서 이틀 동안 북측 인사들과 밥을 먹고 술을 먹었는데, 국내에선 그런 사람이 내가 유일할 것"이라며 "만나러 가기 전에는 명품 시계와 여성용 핸드백도 사서 갔다"고 말했다.
중국에 도착해서는 김성혜 조선아태평화위원회 실장, 박철 부위원장과 만나 밤낮으로 식사와 술자리를 가졌고, 그 자리에서 경기도를 대신해 500만 달러 대납을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회장은 "김 전 실장이 '이 전 부지사가 저번에 이어 이번에도 약속을 어겨서 나뿐 아니라 김영철 아바이까지 난처해졌다'고 했다"며 "나도 술에 취해서 우리 형이니까 내가 책임지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김 전 실장에게 이 전 부지사 이야기를 그만해라. 경기도지사가 향후 우리나라 대통령이 될 것이고, 이 전 부지사는 통일부 장관이 될 거니까 관계를 잘 다지라고 말했다"며 "한국으로 돌아와 이 전 부지사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기분 좋다. 남자 답다. 역시 김 회장이다'라고 하더라"라고 했다.
이 말을 듣고 있던 이 전 부지사가 미소를 짓자 김 전 회장은 "자꾸 비웃지 마세요. 왜 그러세요"라고 이 전 부지사에게 호통을 치기도 했다.
이날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 측의 국가정보원 기밀 관련 신문을 앞두고 재판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재판부는 "신문에 국가 기밀로 분류돼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고, 그에 대한 질문 및 관련 자료가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고 사유를 밝혔다.
한편 이 대표는 대북송금 의혹에 대해 "아마 검찰의 신작 소설이 나온 것 같다"며 "(검찰의) 종전 창작 실력으로 봐서 잘 안 팔릴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