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곡물 협정 중단"…밀, 옥수수 가격 '들썩들썩'

러 "제대로 이행 안돼…곡물협정 끝"
협정 종료 직후 국제 밀 가격 3%↑
글로벌 식량 위기, 인플레이션 우려
국제사회 일제히 러 비판"결정 철회"

우크라이나의 밀밭. 연합뉴스

러시아가 흑해 곡물협정 종료를 선언하면서 세계적인 식량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AP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협정의 일부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며 "곡물협정은 오늘부터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러시아 관련 사항이 이행되는 즉시 협정에 복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흑해곡물협정은 전쟁 중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곡물을 수출할 수 있도록 흑해에서 수출선의 안전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협정은 지난 5월 17일 3번째로 연장된 뒤 이날 2개월의 기한이 만료될 예정이었다.
 
러시아는 자국 농산물과 비료의 수출을 보장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점을 협정 종료의 이유로 내세웠지만, 곡물협정을 지렛대 삼아 서방의 제재를 완화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관측이다.
 
우크라이나는 밀, 보리, 해바라기유, 옥수수 등의 주요 수출국으로, 특히 전 세계 밀 수출량의 1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로부터 공급이 막히자 국제 곡물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지난해 6월 세계 밀과 옥수수 가격은 전년 대비 각각 56.5%, 15.7% 급등해 저소득 국가를 중심으로 식량난이 고조됐다. 결국 유엔과 튀르키예가 중재에 나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7월 흑해에서 곡물 수출선의 안전을 보장하도록 협정을 맺었다. 이후 국제곡물 가격은 전쟁 이전 수준을 되찾았다.
 
외신들은 글로벌 식량 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곡물 협정이 중단됨에 따라 전 세계 기아 위기를 부채질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러시아의 종료 선언 직후 곡물 가격은 급등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T)에서 밀 선물 가격은 부셸당 6.81달러로 3.0%, 옥수수 가격은 부셸당 5.21달러로 1.4%, 콩 가격은 부셸당 13.86달러인 1.1% 올랐다.
 
국제사회는 러시아를 강력히 비난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이행 종료 결정은 매우 유감스럽다"면서 "러시아의 결정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일격을 가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러시아의 곡물협정 중단 결정은 위험하고 무책임한 일"이라며 "식량 부족을 악화하고 전세계 수백만 명의 취약계층을 한층 위험에 빠트린다"고 비판했다.
 
커비 조정관은 또 "이미 국제적인 밀과 옥수수, 콩 가격 폭등을 목도하고 있다"면서 "러시아 정부는 즉각 이 같은 결정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러시아의 종료 선언은 "비양심적"이라면서 "협정은 가능한 빨리 복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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