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항소심 첫 재판에서도 입시 비리 혐의를 1심과 마찬가지로 재차 부인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김우수 부장판사) 심리로 17일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조 전 장관 측은 자녀 입시에 쓰인 자료가 위조됐다는 점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가족과 공범으로 묶일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조 전 장관 변호인은 딸 조민씨의 입시 비리 혐의에 대해 "(조 전 장관이) 관여하지 않아서 잘 알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를 향해 "제3자가 딸의 경력에 대해 작성한 확인서가 제출됐다. 이에 대해 조 전 장관이 형사 책임을 져야 하는지, 전체적으로 제출된 경력의 허위성이 어느 정도에 이르러야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는지 대해서 다시 한번 판단해 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딸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에 대해서는 "(딸이 대학 입학한 뒤로는) 일 년에 한 차례 정도 의례적인 대화를 나누는 부녀 사이일 뿐"이라며 관여하지 않았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검찰이 조민 씨의 기소 여부에 대해 본인의 반성과 공범인 조 전 장관 부부의 입장 등을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조 전 장관이 혐의에 대해 일부 인정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지만 재차 입시 비리 혐의를 부인한 것이다.
조 전 장관은 아들 조원씨와 관련된 입시 비리 혐의도 부인하는 입장을 유지했다. 조 전 장관 측은 아들이 입시를 준비하던 시기는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일하던 때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관여한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아들의 대학 시험을 대신 봐줬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해당 과목의 교수가 '타인의 조력을 별도로 금지하는 안내를 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며 "(조력을 금지하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하지 않은 것에 대해 미국 대학 교수가 변명하고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한편 조 전 장관은 법정 출석에 앞서 취재진에게 "항소심 출석하는 기회에 다시 한번 송구하다는 말씀을 올린다"라고 사과했다.
이어 "특히 자식들은 많은 고민 끝에 문제가 된 서류와 연결된 학위와 자격을 모두 포기했다"라며 "만신창이 가족을 챙기며 과거와 현재를 성찰 또 성찰 중"이라고 덧붙였다.
조민씨는 최근 자신의 입학을 취소한 고려대학교와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을 상대로 낸 소송을 모두 취하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아들도 연세대학교 대학원 석사 학위를 반납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21일 두번째 공판기일을 열고 조 전 장관 등 피고인들로부터 직접 입장을 들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