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오는 8월 안에 방류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우리나라를 포함한 외교적 설득 전략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분위기다. 다만 방류 시기가 임박해지면서 양국 내 반대 여론이 강해지고 있어 향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정부와 외신 등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4일 국제원자력기구(IAEA) 최종 보고서 발표 이후 전방위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IAEA가 오염수 방류에 대해 '안전 기준을 충족한다'는 판단을 내린 점을 근거로 방류에 반대하는 주변국들에 대한 설득에 나선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12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한일정상회담에서 오염수 방류 문제를 테이블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윤 대통령이 명확한 방류 반대 입장 대신 방류 점검 과정의 한국 측 인사 참여 등 사후 검증 과정에 방점을 둔 것 자체가 일본 입장에선 '방류를 전제로 했다'는 논리를 펴기 유리한 구도인 셈이다.
지난 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에선 오염수 관련 허위 정보의 확산을 막기 위한 문제가 논의됐다.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걸러지지 않는 핵종들과 삼중수소 등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공방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허위 정보'에 대한 견제는 사실상 일본 측 주장에 무게를 싣는 쪽으로 수렴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앞서 지난 13일 박진 외교부 장관은 아세안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계기로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양자 회담을 진행했다. 박 장관은 오염수 문제와 관련해 윤 대통령이 한일정상회담에서 언급한 수준의 입장을 유지했지만, 일본 측은 자국 언론을 통해 대대적 홍보전에 나서며 사실상 한국 정부는 특별한 조건을 달지 않은 것처럼 알리고 있다.
외교전과 별도로 한국 언론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도 연이어 열릴 예정이다.
지난 13일 주한일본대사관은 우리나라 외교부 출입기자 및 과학기자협회 등에 이메일을 통해 오는 18일 오염수 관련 설명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ALPS 처리수 해양 방출에 대한 대처 관한 온라인 설명회'라는 제목의 이번 행사는 일본 현지에서 열리고, 온라인 참여가 가능하다.
일본 경제산업성 등 당국 관계자들도 오는 19일 일본 주재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IAEA 검증 결과 설명회를 진행할 방침이다. 일본 정부가 주도하는 설명회와 별개로 도쿄전력은 오는 21일 외신 기자 15명가량을 초청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도쿄전력은 다핵종제거설비로 처리한 오염수를 바닷물에 희석해 방류하는 설비 등을 언론에 공개하며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일본 측이 이처럼 다각적 외교전을 펼치고 있지만, 우리 측은 주한일본대사관이 주최하는 설명회 일정도 제대로 파악하고 못하고 있는 등 대응이 미숙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구연 국무1차장은 이날 오전 일일 브리핑에서 주한일본대사관이 주최하는 오염수 설명회에 대해 한일 양국 간 서로 의견을 나눈 내용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주한일본대사관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외교부 출입 기자단과 과학기자협회 측에 이메일로 설명회 개최 자료를 보냈다"며 "외교부 쪽에도 설명회를 개최한다는 내용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혼선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주한일본대사관에서 이메일 포워딩 형식으로 해당 행사 내용을 보내오긴 했지만, 전화 등을 통한 직접 연락은 못 받았다"며 "일본 자신들이 하는 일방적 홍보 활동인데 그게 우리 측과 협의할 사안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기시다 총리는 오는 19일 일본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와 만나 오염수 방류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일본 자국 내 어민 설득이라는 문턱을 넘지 못하면 한국 등 주변국 설득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교도통신이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18세 이상 일본 시민을 대상으로 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 오염수 방류 관련 일본 정부 설명이 '불충분하다'는 답변이 80.3%에 달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오염수 방류 여론이 80% 안팎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양국 내부의 반대 여론이 향후 최대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