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은미는 대표작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를 시작으로 노년 여성, 중년 남성, 청소년, 아이들 등 다양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 맥락에 놓인 몸을 만나고 작품에 담아낸 바 있다.
시대와 사람을 고찰하며 작품세계를 확장해가는 안은미의 시선이 이번에는 우리나라 근현대를 살았던 '신여성'을 향한다. 이들은 모던걸이라 불리며 화려하게 한 시대를 장식한 듯 보이지만 구습을 비판하며 치열한 인생을 살았다.
당시 여성들은 종종 이름이 없고 조혼 풍습에 따라 일찍 결혼하고 10대에 과부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름을 갖지 못했어도 이름값을 했거나 '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 등 새로운 변화를 주장하는 이들이 있었다.
안은미는 그때를 살았던 이들, 특히 신여성의 이야기를 조사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찾아 '여자야, 여자야'를 무대에 올린다. 신여성이라는 이름으로 용기 있게 나섰으나 시대의 벽에 부딪혀 좌절하면서도 각자 자기만의 삶을 살았던 여자들의 면면이 작품에 담긴다. 움직임의 변화, 단발, 의복 같은 상징적인 요소와 그 시대 유행어·신조어 등이 무대 위에 풍부하게 등장한다.
안은미가 출연과 안무는 물론 무대·의상 디자인까지 직접 한다. 평상복을 직접 제작해 입는 안은미의 독특한 미감이 의상과 무대 구석구석에 스며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뮤지션 장영규가 작곡 겸 음악감독을 맡았다. 밴드 '이날치'의 음악감독으로 잘 알려진 장영규는 안은미와 30년 가까이 함께 작업하며 무대를 완성해온 사이인만큼 이번 공연에서도 두 아티스트의 예술적 합을 기대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