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에 28초 동안 안부 전화한 게 마지막일 줄이야. 비 많이 오니까 조심하라는 당부까지 하셔놓고."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 모인 실종자 가족들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길 한쪽에 마련된 천막에 앉아 있을 겨를도 없이 새벽 내내 지하차도 주변만 서성일 뿐이었다.
이모(51)씨는 사고 1시간여 전인 15일 오전 7시 18분 어머니에게 전화를 받았다.
어머니가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길에 건 안부 전화였다.
통화 시간은 단 28초.
비가 많이 와 걱정이 돼 전화를 걸었다고 한 어머니에게 이씨는 별 문제가 없다며 안심시키고 끊었다.
이게 어머니의 마지막 목소리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경기도 일산에 살고 있는 이씨는 사고 직후 어머니가 실종됐다는 동생의 연락을 받고 곧장 청주로 내달렸다.
이씨는 "경찰이 버스 안 사진 한 장을 보여줬는데, 평소 좋아하시는 꽃무늬 옷을 입고 계신 어머니 모습을 단번에 알아보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현재 사고 현장에는 이씨를 포함해 실종자 가족 20여 명이 모여있다. 좀체 구조 소식이 들려오지 않아 상심만 커지고 있다.
이들은 미호강 범람으로 주변 침수가 우려되고 있는데도, 제대로 된 도로 통제가 이뤄지지 않은 점에 강한 원망을 토로했다.
실종자 가족 오모씨는 "홍수경보가 내려지고 하천 범람 위험이라는 안내 메시지만 있었을 뿐 정작 현장은 통제 하나 없이 무방비였다"며 "안일한 사고에서 비롯된 관리 감독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전날 오전 8시 50분쯤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가 침수돼 급행버스 등 차량들이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고립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수색을 벌여 인근에서 숨져 있는 30대 남성을 발견해 인양했다.
버스 운전자와 승객 등 9명은 고립 직후 구조됐다.